입안 세균 보면 대장암 걸릴지 압니다
입안 세균 보면 대장암 걸릴지 압니다
지각 변동이 일으킨 지구의 첫 대멸종 남극서 증거 찾았다
2012년부터 충치를 유발하는 구강 박테리아 ‘푸소박테륨 누클레아튬(Fusobacterium nucleatum)’가 대장암 환자의 장내에서도 발견된다는 보고가 잇따랐다.
연구를 통해 대장암 환자의 약 3분의 1이 이 세균을 몸 안에 가지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으나 대장암 발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었다.
대장암과 구강 박테리아의 상관 관계를 국내 연구진이 최근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미국 프레드 허친슨 암 센터와 조선대 공동 연구진은 지난 3월 21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인간의 구강 내 세균과 대장암과의 상관관계를 밝힌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인의 구강에서 분리한 박테리아와 대장암 환자의 장내 박테리아를 비교해 얻은 결과다.
이전부터 푸소박테륨 누클레아튬의 4개 아종이 대장암과 관련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이에 연구진은 어떤 아종이 대장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밝히기 위해 전 세계에서 구강 세균을 모아 연구했다.
연구에 참여한 국중기 조선대 치과대학 교수는 “한국인 구강에서 분리한 80개 균주를 제공했다”며
“2019년 크리스토퍼 존스턴 프레드 허친슨 암 연구센터 교수에게 공동 연구를 제안받은 뒤 수년간 연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푸소박테륨 누클레아튬의 아종인 ‘아니말리스’를 유전자 분석을 통해 C1과 C2 두 집단으로 나눴다.
이어 구강암 병소가 없는 한국인의 구강 세균에서는 C1과 C2에 속하는 균주가 비슷한 비율로 존재했지만
대장암 병소에서 분리한 균주는 모두 C2에 속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C2 균주가 대장암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생쥐 모델에 각각 C1과 C2 균주를 먹이자 C2 균주를 먹은 생쥐 대장에서 선종(adenoma) 생성이 유의미하게 늘었다.
장내 대사산물 역시 C1 균주를 먹인 경우보다 급격히 변화하며
특히 항산화 작용에 관여하는 성분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C2 균주가 대장 조직 세포에 산화 스트레스를 줘 염증과 암의 진행 가능성을 높였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국 교수는 “이번 연구는 푸소박테륨 누클레아튬의 아종 중에서도 C2 균주들이 대장암과의 관련성이 높은 것을 확인한 첫 연구”라며
“이 균주들은 위산 액과 같은 높은 산성 조건에서도 생존할 수 있어 구강을 통해 직접 대장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국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대장암 발병 예측 키트를 개발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봤다.
타액이나 대변에서 C2 균주를 선택적으로 검출하면 발병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국 교수는 2005년부터 국내 유일의 구강미생물자원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두고 국 교수는 “2000년 조선대 구강생화학교실에 발령받은 뒤 균주를 분리하고 동정하는 연구를 23년 동안 진행해 왔는데
네이처에 논문을 낼 정도로 큰 성과를 낼지 몰랐다”며 “같이 구강 세균을 연구한 박순낭, 임윤경 연구교수의 역할이 컸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에 쓰인 균주는 동료들과 약 20년 동안 모아온 시료들이다.
구강미생물자원은행은 2021년부터 질병관리청의 지원을 받아 구강세균병원체 자원전문은행으로 지정받았다.
현재 217종 2387개 균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구강 세균을 원하는 연구자들에게 시료를 제공하고 있다.
국 교수는 “한국인의 구강에서 세균을 분리하고 특성을 분석해 구강 미생물을 연구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정보를 줄 수 있는
‘한국구강세균도감’을 집필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계속해서 연구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