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발자국만 1000개 공룡 연구 메카 해남을 가다
공룡 발자국만 1000개 공룡 연구 메카 해남을 가다
지난 4월 30일 오전 전남 해남군 황산면 우항리 공룡화석자연사유적지에는 바다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대륙이 모두 붙어 있던 8500만 년 전에는 이 지역이 호수였다. 유적지 앞 바닷물도 그 당시 호수처럼 잔잔했다.
해남 우항리는 명실상부 공룡 연구의 메카다. 이곳에서 공룡 발자국이 1000개 넘게 발견됐다. 해남공룡박물관도 이곳에 있다.
우항리 유적지는 세계 최초로 땅에 살던 공룡과 하늘을 날았던 익룡, 공룡의 후예인 새의 발자국 화석까지 같은 지층에서 발견된 곳이다.
특히 공룡 연구 200년 역사에서 보기 드물게 하늘을 날던 익룡의 앞발과 뒷발 자국이 동시에 발견됐다.
이 발자국은 익룡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아 해남 지명이 들어간 ‘해남이크누스 우항리엔시스(Haenamichnus Uhangriensis)’라는 학명이 붙었다.
박 선임연구원은 국내 최초로 공룡 뼈를 주제로 서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자타 공인 ‘공룡 박사’다.
이날 기자와 같이 우항리를 찾은 박진영 서울대 기초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해남 우항리 앞바다에 널린 게 공룡 발자국이지만
그것만으로 공룡의 모습을 알 수는 없다”며 “현재 동물과 화석을 끊임없이 비교해야 비로소 공룡이 되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선임연구원은 이날 해남 화석산지의 공룡 발자국을 둘러보면서도, 주변 바다를 날아다니는 왜가리와 도요새도 유심히 바라봤다.
공룡이 새의 조상인 만큼, 새의 모습이 이곳에 살았던 공룡의 모습을 유추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해남 우항리의 공룡 연구는 1995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우항리 일대 셰일 지층에서 석유를 찾기 위한 지질조사가 진행됐다.
퇴적암인 셰일 지층이 쌓일 때 같이 묻힌 동물들이 오랜 시간 열과 압력을 받아 석유나 천연가스가 될 수 있다.
지질조사 과정에서 공룡 발자국이 대거 발견됐다. 공룡 발자국 화석은 발자국이 찍힌 진흙이 햇빛을 받고 빠르게 굳은 다음
다른 퇴적물이 다시 빠르게 쌓여야만 남을 정도로 생성 조건이 까다롭다. 한반도 최남단에 있는 작은 마을이 전 세계 고생물학자들의 주목을 받은 이유다.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공룡 화석 관람 코스에서 가장 먼저 본 건 물갈퀴 새의 발자국이었다.
이곳에선 두 종류의 새 발자국이 발견됐다. 지역명을 따 각각 ‘우항리크누스 전아이(Uhangrichnus Chuni)’와
‘황산이페스 조아이(Hwangsanipes choughi)’라는 학명이 붙었다. 우항리크누스는 오늘날 오리와 비슷하고
황산이페스는 그보다 조금 크고 엄지발가락 자국이 분명한 특징을 갖고 있다.
새들이 걸었던 땅을 지나면 조각류(鳥脚類) 공룡관과 익룡 조류관, 대형 공룡관이 차례로 나온다.
해남은 공룡이 지구를 지배했던 중생대 백악기에 육식공룡과 초식공룡, 익룡 모두가 목을 축이던 호수였다.
삼지창 모양의 발자국을 남긴 조각류 공룡은 두 발로 걸었던 초식 공룡이다.
다리가 새를 닮았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다리뿐 아니라 입 모양도 새의 부리와 닮아 ‘오리주둥이 공룡’이라고도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