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셋 넷 똑똑한 까마귀 소리내 숫자 센다
하나 둘 셋 넷 똑똑한 까마귀 소리내 숫자 센다
까마귀는 똑똑하기로 소문난 동물이다. 사냥에 도구를 사용할 정도로, 지능이 사람으로 치면 6~8세 수준이라고 알려졌다.
까마귀가 숫자에도 능통하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안드레아스 니더 독일 튀빙겐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24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까마귀가 숫자 1부터 4까지 소리를 내며 읽을 줄 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마치 사람이 “하나, 둘, 셋, 넷”이라고 숫자마다 다르게 말하듯, 까마귀도 소리로 숫자를 셀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송장까마귀(학명 Corvus corone) 세 마리를 훈련시켜 실험을 진행했다.
송장까마귀는 까마귀 중에서도 지능이 높은 축에 드는 종(種)으로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일대와 서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다. 연구진은 까마귀에게 1부터 4까지 아라비아 숫자를 보여준 후 소리를 내도록 했다.
가령 숫자 4를 보여줬을 때 까마귀가 네 번 소리를 낸 뒤 종료 버튼을 누르면 보상을 주는 방식으로 수 개념을 가르쳤다.
1은 ‘깍’ 하고 한 번 울고, 3은 ‘깍깍깍’ 세 번 우는 식이다. 숫자 1에 대해서는 세 마리 모두 100%에 가까운 성공률을 보였고
4에 대해서는 약 40%의 성공률을 나타냈다. 숫자가 커질수록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고 까마귀가 같은 소리를 숫자만큼 내는 것도 아니었다. 3을 보고 ‘깍깍깍’하고 울 때 각각의 깍 소리는 순서마다 달랐다.
첫 번째 깍 소리는 1을 보고 내는 소리와 같고, 두 번째 깍 소리는 2를 보고 두 번째로 내는 소리와 큰 차이가 없었다.
말하자면 사람이 하나, 둘, 셋, 넷이라고 달리 말하듯 까마귀도 순서 따라 다른 소리를 낸다는 뜻이다.
각 소리의 정확도는 실험을 반복할 수록 더 높아졌다.
연구진은 까마귀가 내는 소리에 숫자의 의미가 담겼을 것으로 보고 반응 속도와 음파를 분석했다.
그 결과 큰 수를 보여줄 때 반응 시간이 길어졌으며 최대 4초가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니더 교수는 “큰 수를 보여주면 까마귀가 내야 하는 소리가 많아지고
이는 많은 준비가 필요한 일”이라며 “준비 시간이 길더라도 한 번 숫자를 세기 시작하면 까마귀는 빠르게 울음소리를 냈다”고 말했다.
인간의 반응을 보고 숫자에 맞는 울음을 내는 것이 아니라 까마귀 스스로가 숫자를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숫자를 파악하는 인간의 능력은 생후 24개월쯤 만들어져 성장기를 거치면서 숫자의 개념으로 확장된다.
처음에는 단순히 물체가 많고 적은 것을 이해하는 수준이지만, 나중에는 손가락과 언어를 이용해 숫자를 셀 수 있다.
수 개념은 인간이 가진 가장 복잡한 능력 중 하나로 꼽힌다.
일부 동물은 숫자의 많고 적음을 나타내는 울음소리를 낸다는 것이 이미 알려졌으나 정확하게 숫자를 이해하고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노랫소리를 인지하는 까마귀 뇌의 ‘소핵’이 숫자를 읽는 데 핵심적인 기능을 한다고 분석했다.
니더 교수는 “소핵에서는 다양한 수를 보고 울음소리를 낼 때 특정한 신경 활동이 일어났다”며
“까마귀 연구를 통해 인간이 가진 수학 능력과 뇌 활동의 연관성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