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럴링크 첫 임상시험 좌절 뇌가 움직여 칩 밀어내
뉴럴링크 첫 임상시험 좌절 뇌가 움직여 칩 밀어내
인간의 뇌에 세계 최초로 칩을 이식해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작동하려던 임상시험이 결국 좌절됐다.
원인은 뇌가 예상보다 과도하게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확인됐다.
뉴욕타임스는 22일(현지 시각)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세운 뉴럴링크가 첫 번째 칩 이식
임상시험에서 심각한 오류가 나타났지만, 이것을 고려한 두 번째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월 말 뉴럴링크는 목 아래가 마비된 놀런드 아르보씨를 대상으로 첫 번째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두개골에 동전만 한 크기 구멍을 내고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를 구현할 칩 ‘텔레파시’를 이식한 것이다.
BCI는 생각한 대로 컴퓨터를 조작하는 것이다. 텔레파시는 뇌에서 일어나는 전기신호 패턴을 분석해 휴대전화나 컴퓨터를 작동한다.
동전 하나 크기인 텔레파시는 안에 데이터 처리 칩과 배터리, 통신 장치가 들어있다.
그리고 바깥으로 전극이 각각 16개가 달린 케이블 64개가 달려 있다.
연구진은 머리카락보다 가느다란 케이블들을 아르보씨의 뇌에 3~5㎜ 깊이로 심었다.
아르보씨는 뉴럴링크 엔지니어들의 도움을 받아 생각만으로 컴퓨터 모니터에 나타난 마우스 커서를 움직이는 훈련을 했다.
초기에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도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체스 같은 컴퓨터 게임도 가능했다.
뉴럴링크는 지난 3월 그가 생각만으로 체스를 두는 모습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당시만 해도 임상시험은 성공적이었다.
그런데 몇 주가 지나자 커서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뉴럴링크 연구진은 아르보씨의 뇌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이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뇌에 심었던 칩 케이블 중 약 85%가 체액으로 빠져나왔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뇌신호를 좀 더 민감하게 포착하도록 컴퓨터 알고리즘을 수정해야 했다. 하지만 초기처럼 민첩하게 커서를 움직이기는 힘들었다.
데이터 전송량이 줄어든 탓이다.
전문가들은 뇌가 움직인 것은 면역 방어를 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리 밀러 미국 노스웨스턴대 의대 신경과학·재활의학과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뇌는 물속에 잠긴 채 이리저리 흔들리고 움직이면서 침입자를 막아낸다”고 비유했다.
실제로 뉴럴링크 연구자들은 아르보씨의 뇌가 칩을 이식한 자리에 흉터 조직을 두텁게 만들고, 이식한 센서를 밀어내는 것을 확인했다.
아르보씨는 “(오류가 생기면서) 초기보다 커서를 움직이기가 힘들어져 실망스러웠다”면서도
“하지만 장애인들이 언어, 시력, 움직임을 회복하는 데 뉴럴링크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뉴럴링크는 첫 번째 임상시험에서 나타난 오류를 잡아 두 번째 임상시험은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아르보씨에게 했던 것보다 더욱 깊은, 8㎜ 깊이로 케이블을 이식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