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치료 골든타임 ; 자폐 증상 완화를 위해서는 3세 이하 영유아 시절에 보이는 변화에 더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이끄는 국내 공동연구진은 동물실험 결과를 토대로 유년기 자폐를 조기 진단하고, 집중적인 약물치료를 통해 자폐 증상을 평생 완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실험에 쓰인 자폐 모델 생쥐는 아직 어미의 젖을 떼지 않은 3주령. 사람으로 치면 3세 이하의 유년기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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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증상, 청소년기에 주춤하다 성인 때 재발
자폐증(자폐 스펙트럼 장애)은 세계 인구의 약 2% 정도에서 발병하는 뇌 발달장애의 한 종류다.
사회적 상호작용 결여, 반복 행동 등이 대표 증상이지만 병인이나 치료법에 대해서는 아직 완벽히 밝혀지지 않았다.
자폐를 유발하는 뇌 변화는 주로 유년기에 시작되지만, 유년기 뇌의 변화가 성인이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는지 여부도 불분명했다.
IBS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은 자폐 모델 생쥐의 자폐 증상이 성장 과정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석했다.
자폐 유발 유전자 중 하나인 ‘MYT1L 유전자’를 제거한 실험쥐는 사회성이 저하되고 반복행동이 증가하는 등 자폐 증상이 나타났다.
본래 쥐를 뒤집어 놓으면 다시 자세를 똑바로 바로잡는 ‘뒤집기 반사’ 행동을 하는데, 자폐 유발 생쥐의 뒤집기 반사 행동은 매우 빨라졌다.
또, 다른 생쥐 혹은 장난감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유사했다. 사회성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계속 뜀박질을 반복하거나, 구멍에 코를 들이미는 기이한 행동도 반복했다.
흥미로운 점은 MYT1L 결손 생쥐의 자폐 증상은 청소년기에는 나타나지 않다가 성체 시기에 다시 강하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전사체(생산된 모든 RNA 분자의 합) 분석을 통해 성장 과정에 따라 자폐 발생 메커니즘을 분석했다.
MYT1L이 결손된 유년기 생쥐는 뇌의 전전두엽에서 ‘흥분성 시냅스’의 수와 신호전달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시냅스는 흥분성 시냅스와 억제성 시냅스로 구분되는데, 두 시냅스 간 균형이 깨지면 뇌 정신질환이 유발된다.
이와 달리 성체기 MYT1L 결손 생쥐의 뇌에서는 억제성 시냅수와 신호전달이 증가했다.
MYT1L 유전자에 생긴 이상이 유년기에 뇌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하고,
오랜 기간 축적되어 있다가 성체기에는 다른 메커니즘으로 자폐 증상을 유발한다는 의미다.
자폐 치료 골든타임
▲ 자폐 유발 유전자 중 하나인 ‘MYT1L’이 결손된 유년기 생쥐는 뇌 전전두엽에서
흥분성 시냅스가 감소하며 반사 기능 장애 등을 보인다.
이 생쥐의 자폐 증상은 청소년기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성년기가 되면 억제성 시냅스가 증가하며
사회성 저하, 반복 행동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제1저자인 김효성 KAIST 석박통합과정 연구원은
“유년기에 발생한 유전자 결핍이 청소년기에는 눈에 띄지 않다가 성체기에 본격적으로 증상을 나타낸다”며
“증상 완화 및 치료를 위해서는 유년기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연구결과는 9월 21일 국제학술지 ‘셀 리포츠(Cell Reports)’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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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연구진은 또 다른 자폐 모델 생쥐를 이용해 조기 치료를 통한 완치 가능성도 확인했다.
이 연구에서 연구진은 또 다른 자폐 유발 유전자 중 하나인 ‘ARID1B’를 결손시킨 모델 쥐를 이용했다.
ARID1B가 결손된 유년기 쥐는 어미로부터 분리되었을 때 어미를 찾기 위해 초음파로 울음소리를 내는 능력이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