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검사로 알츠하이머병 진단
혈액 검사로 알츠하이머병 진단
알츠하이머 치매를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획기적인 혈액 검사 기술이 개발됐다.
지금처럼 인지검사나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으로 하는 진단보다 정확도가 더 높고 간편해 치매 진단 시기를 훨씬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스카 한손(Oskar Hansson) 스웨덴 룬드대 신경과 교수 연구진은 기억력에
문제를 가진 환자 중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식별하는 혈액 검사를 개발했다고 28일(현지 시각) 밝혔다.
이번 연구는 스웨덴과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 과학자들이 함께 진행했다.
논문은 이날 국제 학술지 ‘미국의사협회저널(JAMA)’에 실렸으며.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알츠하이머협회 국제 콘퍼런스(AAIC 2024)에서도 발표됐다.
전 세계에서 약 3200만명이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쌓이면서 알츠하이머 치매가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원래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단백질이지만 세포에서 떨어져 나와 덩어리를 이루면서 신경세포 기능을 떨어뜨린다.
타우 단백질은 신경세포의 기다란 형태를 유지하는 이음새 역할을 하는데, 원래 위치에서 떨어져 나와 세포 안에 쌓이면 문제를 일으킨다.
연구진이 개발한 혈액 검사는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의 비율을 측정해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가려낸다.
혈액 검사 결과, 기억력 문제를 가진 환자 1213명에서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90% 이상 정확도로 식별했다.
전문의가 인지검사와 CT 영상만으로 진단을 내리면 정확도가 73%였다. 일반의는 그보다 낮은 61%에 그쳤다.
이슨 칼라위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펜 메모리센터 소장은 이번 연구에 대해 “과거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지만,
이번 연구는 살아있는 인간의 뇌에서 병리학적 상태를 측정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세바스찬 팔름크비스트 룬드대 신경학과 교수는 “고성능 혈액 검사가 1, 2차 진료에서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고 치료를 일찍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츠하이머 신약인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의 ‘레켐비’와 미국 일라이 릴리의 ‘키썬라’는
모두 경도(輕度) 인지 장애가 있는 초기 환자에 효과가 있다. 혈액 검사가 상용화되면 알츠하이머병 신약을
투여할 초기 환자를 식별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1차 진료에서 콜레스테롤 검사를
받듯 이번에 개발한 혈액 검사가 도입되면 알츠하이머병이나 다른 퇴행성 질환에 대한 조기 진단과 치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연구진은 “혈액 검사가 인지 기능에 문제가 있는 환자들을 진단할 수 있지만,
건강한 사람에게는 사용되지 않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인지 장애가 없는 사람이 알츠하이머병을
가진 것을 혈액 검사로 밝혀도 아직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이 없어 심리적으로 좌절감만 줄 뿐이라는 것이다.
또 혈액 검사만으로 알츠하이머병을 가려낼 수 있다고 보는 것도 위험하다.
연구진은 “혈액 검사만으로는 알츠하이머병 진단이 완전하지 않아,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를 직접
관찰하는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이나 뇌척수액 분석과 같은 표준 진단법으로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