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큰 침팬지도 놀이 즐긴다 사냥 방어에서 협력 이끌어
다 큰 침팬지도 놀이 즐긴다 사냥 방어에서 협력 이끌어
인간에게 성인기의 사회적 놀이는 관용과 결속, 유대, 협력을 구축하는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그렇다면 인간 이외의 동물도 다 자란 뒤에도 놀이를 계속할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침팬지도 인간처럼 평생 놀이를 즐기며, 특히 협력이 필요한 활동을 하기 전에 놀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독일 영장류 센터 연구진은 “코트디부아르 타이 숲의 침팬지 집단을 관찰해 성체 침팬지의
놀이가 집단 협력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21일 발표했다.
연구진은 30년 넘게 코트디부아르 타이 숲의 침팬지 세 집단을 연구하며, 성체 침팬지들의 놀이 행동을 관찰했다.
놀이 행동은 주로 레슬링이나 가벼운 물기, 잡아당기기, 추격전 같은 신체적 활동이 많았다.
침팬지들은 놀이 행동 중에 독특한 표정을 짓고 헐떡이는 소리를 냈는데, 연구진은 이를 인간의 웃음이나 미소에 비유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놀이 행동은 특정 상황에서 꾸준히 관찰됐다.
예를 들어 집단 사냥이나 영역 방어 같은 협력 활동 직전에 놀이 행동이 증가했다.
놀이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집단행동을 준비하고 협력을 유도하는 요소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성체 침팬지 57마리를 대상으로 놀이 행동의 결과를 살폈다.
그 결과 놀이를 함께한 침팬지들은 나중에 더 긴밀하게 협력했다.
놀이를 통해 신뢰와 유대가 형성된 개체들은 집단 사냥이나 방어 활동에서 더 잘 협력했다.
침팬지 두 마리끼리 노는 행동도 관찰됐는데, 주로 가까운 사회적 파트너 사이에서 볼 수 있었다.
연구진은 놀이가 친밀감과 신뢰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결론지었다.
짝짓기 경쟁이나 갈등 직후처럼 사회적 긴장이 높은 시기에도 놀이 행동이 자주 관찰됐다.
연구진은 “놀이가 긴장을 해소하고 갈등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 영장류 센터의 리란 사무니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동물 사회에서 복잡한 협력 행동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는 “침팬지의 놀이가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협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사회적 응집력과 관용이 높은 집단일수록 놀이가 빈번하다는 가설을 이번 연구가 뒷받침한다”고 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특정 침팬지 집단에서 관찰된 결과로, 다른 집단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사무니 연구원은 “침팬지 집단마다 행동 형태가 매우 다양하며, 환경과 문화적 요인에 따라 다른 행동 전략을 보인다”고 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타이 숲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사는 침팬지 집단의 놀이 행동을 비교할 계획이다.
동시에 침팬지가 협력을 위한 전략으로 놀이를 활용하는지, 아니면 단순히 놀이의 긍정적 효과가 자연스럽게 협력을 촉진하는지 밝힐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