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가 커진 이유 뱃속 미생물 덕분
인간의 뇌가 커진 이유 뱃속 미생물 덕분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가 커진 것은 불로 조리한 밥 덕분이라고 말한다.
음식을 익혀 먹으면 소화가 더 잘되고, 열량 흡수량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도 큰 역할을 했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진은 지난 2일(현지 시각) 영장류 실험을 통해 인간의 뇌 진화에서 장내 미생물이 중요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미생물 유전체학(Microbial Genomics)’에 게재됐다.
뇌는 신체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기관이다.
큰 뇌를 가진 포유류는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만, 인류 조상이 점차 커진 뇌의 에너지 요구를 어떻게 충족했는지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있었다.
연구진은 소화계에서 음식을 분해하고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장내 미생물에 주목했다.
장내 미생물은 소화기관에 살고 있는 세균, 바이러스와 같은 각종 미생물을 일컫는 말이다.
지금까지 인간의 장내 미생물은 대사와 면역뿐 아니라 암, 스트레스와 뇌 질환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졌다.
장내 미생물은 뇌와 장을 연결하는 통로라고 확인됐다.
연구진은 큰 뇌를 가진 영장류인 인간과 다람쥐원숭이, 그리고 작은 뇌를 가진 영장류
긴꼬리원숭이(마카크)의 장내 미생물을 각각 장내 미생물이 없는 실험용 쥐에 이식하는 실험을 했다.
다람쥐원숭이의 뇌와 체중의 비는 1:17로, 모든 영장류 중 비율면에서 뇌가 가장 크다. 참고로 사람은 1:35 이다
실험 결과, 큰 뇌를 가진 영장류의 미생물을 이식받은 쥐는 에너지를 더 많이 만들고 사용했지만,
작은 뇌를 가진 영장류의 미생물을 이식받으면 에너지를 지방으로 저장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장내 미생물이 동물의 에너지 소비 방식을 변화시켰고, 뇌 발달에 필요한 에너지 생산에도 기여했음을 시사한다.
캐서린 아마토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당초 인간의 장내 미생물을 가진 쥐가 다른 두 영장류의 미생물을 가진 쥐와 큰 차이를 보일 것이라 예상했으나,
큰 뇌를 가진 영장류와 작은 뇌를 가진 영장류의 장내 미생물을 각각 가진 쥐 사이의 차이가 눈에 띄게 컸다”고 설명했다.
인간과 다람쥐원숭이는 체중에서 뇌가 차지하는 비율이 비슷하지만, 가까운 친척은 아니다.
즉 뇌 크기는 따로 진화했지만 장내 미생물이 비슷한 방식으로 적응한 것이다.
아마토 교수는 “인간과 다람쥐원숭이의 뇌가 각각 독립적으로 커질 때, 그들의 장내 미생물 군집이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비슷한 방식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뇌 크기를 가진 영장류의 미생물을 활용해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