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 바다 산호 ; ‘산호’라고 하면 열대의 얕은 바다에 밀집해 산호초를 형성하고 있는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깊은 곳에 서식하는 유형의 산호도 존재하며 일부는 아름다운 색색의 형광빛을 발하기도 한다.
이스라엘 연구팀이 빛이 닿기 어려운 곳에 서식하는 산호가 이처럼 밝게 빛나는 이유에 대해 조사한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 바이오로지(Communications Biology)’에 게재됐다.
산호는 얼핏 보면 식물처럼 보이고 실제로 18세기까지만 해도 식물로 분류됐다.
하지만 강장과 입을 가진 작은 개체인 산호충들이 모여 있는 군체(群體)로 해파리 등과 같은 자포동물에 속하는 동물이다.
얕은 지역에 서식하는 종은 산호 폴립 내부에 서식하는 광합성 조류
‘주잔텔라(zooxanthellae)’와 공생하며 주잔텔라가 광합성으로 만드는 영양소를 섭취한다.
하지만 광합성 에너지를 섭취하지 않는 종의 산호는 더 깊은 해역에 서식하고 개중에는 수심 6000m의 심해에 서식하는 종도 있다.
이들 산호 중에는 빛을 내는 종도 많아 ‘생육에 필요한 주잔텔라를 유인하기 위해서’ ‘빛 손상이나 열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등
다채로운 빛을 내뿜는 이유에 대한 여러 가설이 존재했다.
그러나 빛이 적은 해역에 서식하는 산호의 경우 주잔텔라의 광합성 에너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빛에 의한 손상도 받기 어렵기 때문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으로 여겨져 왔다.
이에 이스라엘 텔아비브대와 스타인하르트 자연사박물관 등 공동 연구팀은 빛이 적은 수심에
서식하면서 에너지원을 조류와의 광합성보다 포식에 의존하는 산호에 주목해,
빛으로 플랑크톤이나 소형 동물을 유인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수행했다.
먼저 연구팀은 산호 먹이 중 하나인 갑각류 ‘아르테미아 살리나(Artemia salina·소금물 새우)’를 이용한 실험에서 형광색을 선호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실험실에서 아르테미아 살리나가 형광색에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연구팀은 이스라엘 에일라트만 산호가 자생하는 수심 40m 환경에서 재래종 어류(Anisomysis Marisrubri)로 유사한 실험을 진행했고,
역시 형광색을 선호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반면 산호의 먹이가 되지 않는 어류는 형광색에 끌리지 않고 오히려 형광색을 피하는 경향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연구팀은 에일라트만 수심 45m 지점에서 채취한 산호 ‘유필리아 파라디비사(Euphyllia paradivisa)’를
이용해 형광색이 갑각류 포식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형형색색 바다 산호
이를 통해 녹색 형광을 발하는 산호는 노란색 형광을 발하는 산호보다 25% 포식율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를 주도한 오어 벤 즈비(Or Ben-Zvi) 텔아비브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산호의 형광이
먹이를 유인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실험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이 가설은 바닷속 다른 형광 생물에도 해당될 수 있다.
또 이 현상이 해양 생태계에서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언급했다.
해양 생태학자인 요시 로야(Yossi Loya) 텔아비브대 교수는 “많은 산호는 입과 촉수의
끝을 강조하는 형광 패턴을 보인다”며 “산호가 먹이를 유인하는 능력은 특히
광합성 이외의 에너지원이 필요한 수심에 서식하는 산호에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과학 매체인 과학 매체 ‘사이언스 얼럿(Science Alert)’은 “이 연구는 해양 중심부에
서식하는 1종의 산호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산호의 먹이가 되는 플랑크톤이나 갑각류가 어떻게 색을 인지하는지 알아야 하며,
산호의 종·서식 장소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