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에서 통제 가능한 우주현상 구현해 인류 지식 확장할 것
실험실에서 통제 가능한 우주현상 구현해 인류 지식 확장할 것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에서 일어나는 빛과 물질의 극단적 상호작용은 관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강력한 레이저 실험으로 지구에서 통제할 수 있는 ‘우주 현상’을 만들어 우주의 비밀을 파헤칠 것입니다.”
지난 12월 16일 출범한 기초과학연구원(IBS) ‘상대론적 레이저과학 연구단’ 신임 단장을 맡은 김경택 광주과학기술원(GIST) 물리광과학과 교수는
최근 GIST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우리가 자연에 대해 잘 아는 것 같지만 사실 모르는 것이 많다”며 “인류가 가진 지식을 확장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은 늘상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빛과 물질의 에너지가 매우 강력할 때 일어나는 ‘양자전기역학
(QED, Quantum Electrodynamics)’ 현상은 대부분 이론적으로만 예측됐을 뿐 실제로 어떤 양상을 보이는지 실험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QED는 고전 전자기학과 양자역학을 결합한 현대 물리학 이론이다.
먼 우주의 블랙홀이나 중성자별 근처에서는 중력과 전자기장의 세기가 매우 강하다.
이런 환경에서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에 따라 물질이 빛의 속도에 가까워지면서 질량이 무거워지고
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길이가 수축하는 등 ‘상대론적 현상’이 일어나며 QED 이론에 따른 물리 현상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단장은 “충분히 강한 에너지에 도달하면 아무것도 없는 진공에서 전자와 양전자(전자의 반물질)가 생겨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주에서 일어나는 QED 현상을 실험으로 파악하려면 변수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구상에서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은 강력한 레이저를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자(물질)를 빠르게 가속하고 반대편에서 레이저 펄스(짧은 파동)를 쏴 충돌시키는 원리다.
진공에서 전자와 양전자가 생겨날 것으로 예상되는 ‘슈빙거 한계(Schwinger limit)’라는 이론적 기준도 있다.
이때 필요한 레이저의 세기(intensity)는 제곱센티미터(㎠) 당 10^29W(와트, 에너지의 단위)에 달한다.
단순히 레이저 출력만 높여서는 지구에서 이정도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슈빙거 한계에 도달하려면 전자와 레이저 펄스가 충돌하는 순간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최대한 짧은 시간에 레이저 펄스를 쏴 레이저의 에너지를 높이고 전자의 속도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구현해
레이저와 전자가 더 강하게 부딪치게 해야 한다. 서로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물체가 더 세게 충돌하는 것과 비슷하다.
전자가 닿는 좁은 면적에 레이저를 집속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자의 속도를 빛에 속도에 가까운 상대론적 수준으로 가속하고 이를 강력한 레이저 펄스와 충돌시키면 순간적인
에너지가 매우 커져 블랙홀이나 중성자별 주변에서 일어나는 QED 현상을 일으킬 정도로 강력한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연구단 이름이 ‘상대론적 레이저과학 연구단’인 이유다.
김 단장은 “지난해 과학자들은 에너지 세기가 슈빙거 한계의 46%인 6×10^28W/㎠ 수준까지 도달했다”며
“더 올라가면 슈빙거 한계 이후의 ‘강력장(Strongfield) QED’ 현상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토초(as, 100경분의 1초) 수준의 짧은 펄스를 구현하고 전자를 지금보다 빠르게 가속하면 충돌실험으로 슈빙거 한계의 10배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