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독주에 도전한 내시경 전기연 11개 특허서 출발
日 독주에 도전한 내시경 전기연 11개 특허서 출발
위·대장 내시경 검사에 사용되는 연성(軟性) 내시경 시장은 일본 기업이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올림푸스가 70% 이상 시장을 점유하고 있으며, 후지필름, 펜탁스까지 합치면 일본 기업 점유율이 95%나 됩니다.
내시경은 소형 카메라를 이용해 몸 안을 촬영하는 기술이 중요한데, 카메라 기술력이 뛰어난 일본이 일찌감치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연간 2000만건에 달하는 내시경 검진이 이뤄지는 한국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 기업들의 철옹성 같던 내시경 시장에 한국 스타트업 ‘메디인테크’가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메디인테크는 의사가 손가락 힘으로 움직이는 기계식 대신 모터로 손동작을 증폭해 힘이 적게 드는 전동식 내시경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내시경 무게를 절반 수준으로 낮췄고,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병변(病變·질병 조직)에 카메라를 고정시키거나 관찰하지 못하는 맹점(盲點)을 방지하는 기술도 더했습니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의 메디인테크 사무실에서 만난 이치원 메디인테크 대표는 “한국전기연구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며 “연성 내시경 상용화에 필요한 핵심 특허를 무상으로 쓸 수 있었던 게 ‘지름길’을 걸을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했습니다.
메디인테크는 서울대학교병원에서 200명 규모의 임상시험을 마치고 작년 말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제품 판매와 해외 시장 진출 등에 나설 계획입니다.
이 대표가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인 전기연에서 2020년 2월 창업한 지 불과 5년 만에 거둔 성과입니다.
시장을 장악한 일본 기업과 차별화되는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세 가지 키워드가 있습니다.
우선 혁신입니다.
내시경 하드웨어를 전동화하면서 의사들은 더 편하고, 환자들은 더 안전하게 시술을 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가격입니다.
일본 기업들이 독과점하면서 가격을 높였는데, 우리는 합리적인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려고 합니다.
내시경에 AI 소프트웨어를 접목하고도 일본 내시경 가격의 60% 수준으로 제공할 계획입니다.
마지막 키워드는 유지·보수입니다.
내시경 기기가 고장나면 수리가 쉽지 않았습니다.
고장이 난 부분만 고치면 되는데 모듈 전체를 바꾸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고, 수리 기간도 짧게 2주, 길게는 4주씩 걸렸습니다.
우리는 일본 기업과 달리 직접 유지·보수를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서 비용과 기간을 모두 낮출 계획입니다.”
작년에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했는데 결과는 어땠나요?
“국내 병원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일본 기업 내시경과 비교하는 임상시험을 했습니다.
우리 제품이 기존 제품에 비해 부족한 건 없는지, 얼마나 비슷한 성능을 내는지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임상을 통해 동등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고, 시술자의 근육 피로도 같은 부분은 우리 제품이 낫다는 결과도 얻었습니다.
올해는 서울대학교병원을 포함해 5개 병원에서 환자 규모를 늘려서 추가로 임상을 진행해 신뢰도를 더 높일 계획입니다.”
창업 5년 만에 제품까지 나왔다.
의료기기는 제품 출시가 어려운 걸로 악명이 높은데 어떻게 극복했나요?
“회사를 함께 창업한 김명준 부대표는 대학원 선후배로 처음 만났고, 이후 나란히 한국전기연구원에 입사했습니다.
전기연에 입사한 건 오로지 내시경 국산화를 하겠다는 목표 때문이었습니다.
김 부대표와 스코프(조준경), 인공지능 머신러닝 같은 기술은 가지고 있었지만 내시경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광원이나 영상처리 기술은 없었습니다.
전기연은 이런 기술을 일찌감치 개발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보유한 기술과 전기연의 기술을 합치면 내시경 국산화가 가능하겠다고 판단해 전기연에 입사했습니다.”
처음부터 창업할 생각이었나요?
“열심히 연구를 했는데 이 기술을 받아서 상용화할 만한 국내 기업이 없었습니다.
연구 결과를 사장시킬 순 없으니 우리가 직접 창업을 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2020년 2월 메디인테크를 창업했고, 겸직 기간과 휴직 기간을 거쳐서 올해가 휴직 마지막 해입니다.”
연구소를 나오지 않고 휴직 상태로 창업한 이유가 있나요?
“전기연 연구원이란 신분이 창업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