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암흑에너지 정체는 제5원소 일까
우주 암흑에너지 정체는 제5원소 일까
국내 연구진이 표준 우주 모형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천문 현상을 발견했다.
이번 발견을 해석하려면 암흑에너지가 마치 하나의 원소처럼 시간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 기존 우주론을 뒤흔들 수 있는 주장이다.
박창범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진은 우주를 가속팽창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암흑에너지가
일정한 값이 아닌 시간에 따라 크기가 달라지는 ‘제5의 원소’일 가능성이 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한국·중국·미국의 연구진이 참여했다.
현재 우주는 표준 우주 모형인 ‘람다 차가운 암흑물질(ΛCDM)’로 설명한다. 이 모형에 따르면 우주 대부분은
아직까지 관측되지 않은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로 구성돼 있다. 우주에서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물질은 5% 수준에 불과하고,
나머지 25%는 암흑물질, 70%는 암흑에너지가 차지하고 있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정체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우주의 상태를 설명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해 가상의 물질과 에너지로 도입됐다.
람다 차가운 암흑물질에서는 우주가 점점 빠르게 팽창하는 이유를 암흑에너지로 설명한다.
만약 암흑에너지가 없다면 우주의 팽창 속도는 중력에 의해 점점 감소하다가 결국은 다시 빅뱅 이전의 상태로 쪼그라들어야 한다.
암흑에너지는 일정한 값인 아인슈타인의 우주 상수로 가정하고 있다.
천체물리학자들은 초신성의 밝기와 천체의 움직임 같은 관측 결과를 종합해 암흑에너지를 측정해 왔다.
그 결과가 우주 상수의 값인 ‘-1′에 잘 들어맞아 ‘평탄한’ ΛCDM 모형은 표준 우주 모형으로 인정받아 왔다.
고등과학원 연구진은 별이 지구와 멀어지면서 파장이 바뀌는 적색 편이를 분석해 암흑에너지가 우주 상수와 다르다는 결과를 얻었다.
연구진이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이 우주 상수와 맞을 확률은 0.02%에 불과하다.
연구진은 은하 관측 프로젝트인 슬로운디지털천구측량(SDSS) 데이터를 활용했다.
슬로운디지털천구측량은 미국 뉴멕시코주 아파치포인트천문대의 망원경을 이용해 적색편이를 관측하는 프로젝트다.
관측 결과를 분석한 결과, 은하들이 뭉쳐 있는 형태가 시간에 따라 거의 바뀌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우주의 팽창 속도를 다시 계산했다.
그 결과 우주의 팽창 가속도는 람다 차가운 암흑물질의 계산 결과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암흑에너지가 우주 상수가 아닌 시간에 따라 바뀔 수 있는 형태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슬로운디지털천구측량 프로젝트보다 정밀도가 높은 탐사 프로젝트인 ‘암흑에너지분광장비(DESI)’ 데이터도 분석하고 있이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기존 우주 모델에서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특성을 약간 바꾸는
정도로는 설명할 수 없다”며 “표준 우주 모형과 이번 연구 결과를 모두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우주 모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에 이달 8일 소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