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우스의 번개는 우주産 위로도 올라간다
제우스의 번개는 우주産 위로도 올라간다
천둥이 치면 구름에서 하얀 섬광이 땅으로 떨어진다. 하늘이 쪼개진 듯 갈짓자로 떨어지는 번개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강력한 신인 제우스가 쓰던 무기가 번개인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자연이 얼마나 무서울 수 있는지 단번에 알려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제우스의 무기는 우리 눈에 보이는 모습이 다가 아니었다. 최근 과학자들이 구름 위에서 발생하는 거대 번개를 잇달아 포착했다.
제우스가 던진 듯 우주에서 온 입자가 만들고, 일반 번개와 달리 하늘 위로 올라가기도 하는 괴물 번개들이다.
중간권의 유령 번개, 기원은 우주
스페인 안달루시아 천체물리학 연구소의 마리아 파사스-바로(María Passas-Varo)
박사 연구진은 “구름 위에서 발생하는 번개 위로 나타나는 중간권((中間圈) 유령의 구성 성분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중간권은 지구 대기권의 하나로, 성층권과 열권 사이의 고도 50~80㎞를 말한다.
스페인 과학자들은 2019년 5월부터 지중해 상공 80㎞에서 붉은색 번개가 쏟아지는 모습을 관측했다.
상층대기 번개의 일종인 ‘스프라이트(sprite)’이다. 번개가 쏟아지는 모습이 마치 해파리 촉수처럼 보여 ‘해파리 스프라이트’라고도 한다.
스프라이트가 발생한 직후 꼭대기에 마치 유령처럼 녹색 후광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바로 ‘중간권 유령(mesospheric ghost)’이다.
연구진은 같은 장소에서 다시 스프라이트가 떨어지길 기다렸다.
마침내 2019년 9월 21일 특수 카메라로 해파리 스프라이트 번개의 꼭대기에서 깜빡이는 녹색 유령을 포착했다.
연구진은 처음에 번개 위의 녹색 빛이 극지방의 오로라처럼 산소 원자가 에너지를 받으면서 생긴다고 추정했다.
예상대로 유령에서 산소의 파장이 포착됐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연구진은 스프라이트의 녹색 유령은 산소보다 우주에서 날아온 철 입자가 만든다고 밝혔다.
녹색 유령에서 산소, 질소와 함께 철, 니켈 같은 금속의 파장이 나왔다.
파사스-바로 박사는 “번개가 치는 뇌우(雷雨) 안팎에서 춤추는 금속층이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철이나 니켈은 지구 대기권으로 추락하는 미소유성체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령은 우주에서 날아온 손님인 셈이다.
번개는 대기에서 전류가 이동하는 현상이다. 공기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체이다.
하지만 구름에 전하(電荷)가 쌓이면 길이 없는 공기로도 이동할 수 있다. 전하란 물체가 가진 전기의 양을 말한다.
기본 전하를 가진 양성자보다 전자가 많으면 (-), 전자가 적으면 (+)가 된다.
구름에 전하가 쌓이면 마치 댐에 물이 가득 차 수압이 세지듯 전압이 높아져 극히 짧은 순간에 전류가 흐른다.
번개는 구름에서 지면으로 이동한다. 일반 번개는 지면에서 고도 11㎞까지인 대류권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구름보다 높은 곳에서는 그와 다른 번개들도 있다.
이번에 분석한 중간권의 유령은 1989년 처음 개념이 나온 ‘일시적 발광 현상(transient luminous event, TLE)’의 일종이다.
TLE는 일반 번개와 달리 뇌우 구름 위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번개들로, ‘메가 번개(mega lightning)’라고도 한다.
메가 번개에는 고도 90㎞인 전리층(電離層)에서 15㎞까지 떨어지는 스프라이트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뇌우 구름
꼭대기에서 지상 70㎞ 상공 전리층으로 올라가는 ‘블루 제트(blue jet)’도 있다. 그 위에는 열권(고도 100㎞)에서 지름 400㎞의
거대한 도넛 모양을 하고 수평 방향으로 나타나는 ‘엘브스(Elves)’가 있다.
‘자이언트 제트(gigantic jet)’는 위는 붉은색 스프라이트이고 아래는 파란색 블루 제트인 형태로 고도 90㎞까지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