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센 한국인은 가방끈 짧더라 치매와 공부 유전자 관계 없어
술 센 한국인은 가방끈 짧더라 치매와 공부 유전자 관계 없어
국내 연구진이 얼마 전 한국인의 최종 학력에 영향을 주는 유전적 연결고리 102개를 찾았다.
삼성서울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연구진은 한국과 대만의 유전자 은행(바이오뱅크)에 있는 동아시아인 17만6400명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이번 연구진의 전장유전체연관성분석연구(GWAS)에 따르면 한국인은 같은 동아시아인인 대만인과 달리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ALDH-2) 유전자가 교육 성취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유전자가 잘 작동할수록 최종 학력이 짧다는 것이다.
숙취가 없는 사람은 보통 주량이 센 편으로 분류한다.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가 ALDH-1라면 ALDH-2는 알코올을 분해해서 나오는 독성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를 배출하는 효소다.
동아시아인 절반은 유전적으로 ALDH-2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ALDH-2 유전자는 염색체 12번에 있다. 한국인은 대만인과 달리 염색체 12번의 ALDH-2 유전자 영역이 교육을 받는 기간과 음의 상관관계, 즉 반비례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결국 유전적으로 숙취가 없는 체질의 한국인은 최종 학력이 낮은 편이라는 뜻이다.
그간 교육 성취와 유전적 요인의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연구는 많았지만, 술 분해 유전자와 유의미한 관계를 보인 결과는 없었다.
이번 연구를 담은 논문 제1저자인 삼성서울병원 삼성융합의과학원 김재영 연구원과 명우재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만났다.
명 교수는 이번 분석 결과가 자칫 결정론으로 빠지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한 가지 유전자가 한 가지 특징을 결정한다’고 떠올리기 쉬운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대다수의 형질은 키처럼 유전자와 환경 사이의
복잡한 상호 관계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했다.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회적 문화적 요소까지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명 교수는 성균관대 의대를 졸업하고 최근 10여년 동안 한국인 유전체와 정신건강에 대한 연구만 해왔다.
명 교수는 지난 2022년 성균관대 원홍희 교수팀,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과 공동연구팀을 꾸려 한국인 11만 명의 유전체 데이터를
통해 한국인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 변이를 찾은 연구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서양인에 대한 연구는 있는데, 동아시아인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주제를 찾아서 연구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교육적 성취와 동아시아인 유전체 연구는 처음이라고 들었다.
“유럽인을 대상으로는 300만명에 대한 연구도 있지만, 동아시아인으로는 처음이다. 그러니 규모도 최대라고 할 수 있다.”
유전체 연구를 시작한 계기가 있나.
“질병에 대한 유전체 자료 대부분이 유럽인으로 구성돼 있다. 그래서 동아시아인 치매에 대한 자료도 많지 않다.
앞으로 유전체 자료가 많이 축적되면, 이를 활용해 질병을 예측할 수 있는 정밀 의료의 시대가 온다.
문제는 유럽인의 자료가 상대적으로 많이 쌓이면, 상대적으로 동아시아인의 유전자를 예측하는 성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유럽에서는 치매 당뇨 예측하는 시대가 와도, 한국은 예측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니 동아시아 자료를 쌓는 게 정말 중요하다.”
술 잘 마시는 사람은 교육적 성취가 좀 낮다는 결과가 흥미롭다.
“알코올 분해 배출 효소를 관장하는 12번 염색체에서만 교육 성취도에서 한국과 대만이 다른 결과를 보여 준 게 맞다.
술을 마셔 본 사람과, 마시지 않는 사람으로 팀을 짜서 구분한 후 술을 마시는 그룹에 대해서만 ALDH-2 영역을 분석했는데도 결과는 같았다.
사람의 유전 변이의 영향이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부분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좀 더 쉽게 설명해 주실 수 있나.
“대만인은 음주 여부가 교육 성취나 유전 변이와 연관이 없지만 한국인은 있는 것이다.
한국인 가운데 술을 마시는 사람들 그룹에서 유전 변이가 학력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적으로 술을 마시는 경향이 강하면, 교육적 성취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