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공룡이 밝힌 날지 못하던 이 공룡 비밀
로봇공룡이 밝힌 날지 못하던 이 공룡 비밀
한국 큐브위성 달에 보내준다는 NASA의 제안 정부가 거절했다
어린 아이만 한 로봇이 양 날개를 펼쳤다가 새처럼 날갯짓을 하자 가만히 죽은 척 하고 있던 메뚜기가 높이 뛰어올랐다.
날개 색이 밝을수록, 날개 폭이 넓을수록 메뚜기는 더 혼비백산해 뛰어오른다.
피오트르 야브원스키 서울대 행동생태및진화연구실 교수팀과 이상임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뉴바이올로지학과 교수팀,
문형필 성균관대 로봇및지능시스템연구실 교수팀은 25일(현지 시각) 공룡이 새로 진화하기 전에 원시 날개를 이용해 곤충이나
작은 동물을 사냥했다는 사실을 로봇을 이용해 밝혀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소개했다.
1억2400만년 전 백악기에는 날개는 있지만 하늘을 날지 못한 공룡인 카우디프테릭스(Caudipteryx)가 살았다.
연구팀은 이 공룡과 크기, 형태가 닮은 로봇인 ‘로보프테릭스(Robopteryx)’를 만들어 실험을 진행했다.
로봇은 카우디프테릭스 화석과 현재 조류의 형태와 해부학적 구조를 참고해 제작됐다.
이전까지는 벨로키랍토르(벨로시랩터), 오비랍토르 같은 소형 육식 공룡은 악어처럼 생겼을 것으로 추정돼 왔다.
과학자들은 최근 십수 년간 여러 화석 연구를 통해 이들에게도 앞다리와 꼬리에 커다란 깃털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날기엔 적합하지 않지만 다리보다 넓적하고 깃털이 빽빽하게 꽂혀 있는 날개가 있었던 것이다.
고생물 학자들은 이들 공룡이 화려한 깃털을 이용해 짝짓기 대상을 유혹하거나, 알을 따뜻하게 품었을 것으로만 짐작했다.
하지만 이들 공룡이 어떻게 날갯짓하기 시작했고 훗날 하늘을 나는 새로 진화했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연구진은 로봇공룡 로보프테릭스의 날개가 어떤 기능을 했는지 과거 원시 환경과의 반응을 통해 알아보기로 하고 메뚜기를 놓고 실험을 했다.
천적이 나타나면 메뚜기는 풀숲에 숨거나 제자리에서 꼼짝 하지 않고 죽은 척을 한다.
로보프테릭스가 다가가자 메뚜기들은 식물 줄기 뒤에 숨거나 땅바닥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하지만 로봇이 날갯짓을 하자 깜짝 놀라 높이 뛰어올랐다.
이렇게 로보프테릭스의 사냥 전략에 말려들어 발각된 메뚜기는 무리 중 절반이나 됐다.
연구진은 로봇의 날개 끝을 흰색으로 칠하고 뒤쪽 날개를 달았다.
로보프테릭스가 날갯짓을 하자 메뚜기 떼의 93%가 뛰어올랐다.
날개가 넓고 색이 밝을수록 혼비백산해 뛰어오르는 메뚜기가 더 늘어났다. 그만큼 눈에 띄어 사냥 당하기 쉽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원시 날개를 가진 공룡들이 대부분 육식, 특히 곤충을 잡아먹었다며 이런 방식으로 먹잇감을 놀라게 해 사냥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야블론스키 교수는 “날개가 클수록 새들이 곤충을 더 많이 잡아서 둥지로 가져온다”며 “이처럼 원시 날개를 가진 공룡 역시 사냥을 잘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 조류 중에서도 북부 흉내지빠귀(Mimus polyglottos), 큰로드러너(Geococcyx californianus)는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날갯짓을 해 곤충을 놀라게 하는 방식으로 사냥한다.
물론, 날개가 있지만 하늘을 날지 못한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공룡학자들도 이번 연구 결과에 관심이 많다.
사냥처럼 다양한 기능을 했던 날갯짓에 대해 연구하면 결국 하늘을 날 수 있도록 진화한 비밀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됐다.
줄리아 클라크 미국 텍사스대 잭슨지구과학대학 교수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날개가 하늘을 나는 기능만 할 필요는 없다”며 “(공룡·새의) 날개의 형태와 기능이 복잡한 관련성을 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