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설계하고 3D 프린터가 만든 인공 눈 실핏줄까지 구현
AI 설계하고 3D 프린터가 만든 인공 눈 실핏줄까지 구현
회사 동료가 잠을 설쳤는지 양쪽 눈에 다 실핏줄이 맺혔다.
사고로 다친 왼쪽 눈은 만들어 넣은 의안(義眼)인데 오른쪽과 다른 바가 없다.
인공지능(AI)이 맞춤형 의안을 만든 덕분이다.
제작 시간도 80%나 줄여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전 세계에서 약 800만명이 의안을 착용하고 있다.
의안은 실제 눈과 외형이 크게 차이 나면 착용자의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재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현재 맞춤형 의안 제조 공정은 고도로 숙련된 수작업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의안 제작에 8시간 이상 걸린다.
연구진은 이 시간을 90분으로 줄였다.
라인하르트 박사 연구진은 의안이 필요한 환자를 위해 안구 보철물을 제작하는 디지털 제조 공정을 개발했다.
먼저 환자 10명을 대상으로 광간섭단층촬영(OCT) 장치로 손상된 눈을 촬영해 안구에 들어맞는 입체 모델을 만들었다.
미적 조화를 위해 남은 눈의 컬러 이미지도 촬영했다.
기존 방식은 손상된 눈이 있던 공간인 안와를 인공물로 먼저 채운다.
그 위에 근육이 붙을 수 있는 표면을 만들어 자연스럽게 눈을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눈동자 모양의 보철물을 얹어 자연스러운 외관을 만든다.
여러 가지 보철물을 단계적으로 만들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프랑크푸르트 컴퓨터 그래픽 연구소 연구진은 AI 설계도대로 3D 프린터가 한 번에 의안을 찍어내 시간이 크게 단축됐다고 설명했다.
컬러 3D 프린터가 디지털 설계도 안구를 인쇄했다. 3D 프린터는 1㎤당 잉크 방울 180억개를 뿌려 고해상도로 인쇄했다.
의안 하나를 인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90분이었다. 의안 100개를 동시에 인쇄하는 데는 10시간이 걸렸다.
대량생산에 최적화된 방법이라는 의미다.
특히 AI와 3D 프린터는 눈에서 가운데 진한 색의 홍채와 주변 흰색의 공막을 해부학적 구조는 물론 색까지 실제 눈과 매우 가깝게 재현했다.
나중에 안과 전문의의 최종 조정이 필요했지만, 새로운 방식은 기존 수작업보다 5분의 1의 노동력으로 더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번 의안 디지털 설계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면 어린이처럼 기존 방식의 의안에 적합하지 않았던 환자들에게도 맞춤형 의안을 제작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기존 방식으로 의안을 만들 때는 치과에서 치아 틀을 뜰 때 쓰는 알긴산염 반죽을 눈에 이겨 넣는다.
라인하르트 박사는 “어린이가 이 과정을 견디기 힘들다”며 “3D 스캔을 하는 것은 알긴산염을 안구에 붓는 것보다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AI로 의안을 설계하는 기술을 2021년에 처음 공개했다. 이후 3D 프린터로 AI 설계도대로 의안을 한 번에 찍어내는 기술이 도입됐다.
현재 영국 국민건강보험(NHS) 재단 산하 무어필드 안과병원은 AI가 설계한 의안을 기존 의안과 비교하는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