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PV 제2의 코로나 바이러스 아냐 일반 감기 수준
HMPV 제2의 코로나 바이러스 아냐 일반 감기 수준
최근 중국과 인도에서 ‘사람 메타뉴모바이러스(HMPV)’가 확산하자 제2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하지만 국내외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HMPV는 지난 수십 년 간 유행했던 감기의 일부일뿐,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이름도 복잡한 HMPV, 사실은 감기의 일환
HMPV는 2001년 네덜란드에서 처음 발견된 바이러스다. 주로 어린아이에게 감염되는 호흡기 융합세포 바이러스(RSV)의 일환이다.
전문가들은 HMPV라는 이름이 생소할 뿐, 이 바이러스는 이미 수십년 전부터 감기로 통칭되는 바이러스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미국 브라운대학교 공중보건대학 팬데믹센터 소장인 제니퍼 누초 교수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HMPV는 살면서 여러 번 걸리는 바이러스의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HMPV는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한 적이 있는 바이러스로 신종 바이러스로 분류하지 않는다”며
“겨울철 내내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가 순환하면서 유행하는데 질병관리청이 감시하는 여러 바이러스 중에 HMPV도 있다”고 설명했다.
HMPV의 증상은 일반적인 감기와 다르지 않다.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기침과 발열, 코 막힘 같은 경증 증상을 동반한다.
이미 수십년 동안 존재한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성인은 면역력을 갖춘 경우가 많다.
다만 어린아이나 노인, 면역저하자에게는 다른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위험할 수 있다.
폐렴 같은 중증 증상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HMPV는 따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 전문가들은 감기나 독감을 예방하기 위한 수칙들을 지키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손을 자주 씻고, 기침할 때 입과 코를 가리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식이다.
최원석 교수는 “HMPV는 전파 경로나 예방 수칙 모두 독감과 비슷하다”며
“HMPV가 유행이라고 해서 뭔가를 새롭게 하기보다는 기존에 독감과 감기를 예방하던 수칙을 동일하게 적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갑자기 HMPV 경계심 커진 이유
2001년에 처음 존재가 알려진 HMPV가 24년이 지난 지금 갑자기 조명을 받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친 영향이라고 설명한다.
중국 보건당국은 작년 12월 호흡기 바이러스 유행 상황을 발표하면서 14세 이하 어린이 가운데 HMPV 양성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했다.
소셜미디어에 중국 병원이 혼잡한 모습이 함께 올라오자 코로나19 팬데믹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실제 상황과 무관하게 공포심이 커졌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이달 초 중국의 호흡기 바이러스 유행이 작년보다 덜 심각하고 확산 범위도 제한적이라고 했지만, 소셜미디어에서 번지는 팬데믹 우려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존스홉킨스 보건안보센터의 감염병 전문의이자 선임연구원인 아메시 아달자(Amesh Adalja)는 WSJ에
“코로나19 이후에는 감염병 관련 이슈가 긴급 사안이 아니더라도 모든 것을 비상상태로 간주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HMPV는 오래 전부터 존재했던 바이러스지만, 이제 각국 보건당국이 예전보다 더 잘 검사하고 감시하면서 존재가 드러난 것일뿐”이라고 설명했다.
최원석 교수도 “HMPV가 아니더라도 국내에서는 이미 독감이 유행하고 있고, 병원에 환자가 많은 상황”이라며
“해외에 있는 HMPV를 걱정할 때가 아니라 국내에서 유행하는 독감이나 호흡기 감염병에 대한 대비를 더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