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에 리더십 표명한 한국 예산은 뒷걸음질
기후변화 대응에 리더십 표명한 한국 예산은 뒷걸음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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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회의 둘째 날인 16일 회의 첫 세션에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과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한국의 기여와 국제 연대 방안을 강조하고,
무탄소 에너지 협력 등 기후변화 리더십을 제시할 계획이다.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데 한국이 앞장서겠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이런 약속과 다짐이 무색하게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안에서는 기후 위기 관련 사업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기후 기술 개발은 물론 기초연구, 국제협력 사업의 예산도 삭감 대상에 포함됐다.
2024년 R&D 예산안에 따르면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기술개발 사업 중 ‘석유대체 친환경 화학기술 사업’은
올해 91억7600만원이었던 예산이 내년에는 55억5100만원으로 40% 가까이 줄었다.
이 사업은 탄소배출을 최소화하고 재활용을 최대화할 수 있는 화학 원천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바이오 연료 등을 생산하는 원료대체 개발과 미활용 플라스틱에서 가치가 높은 기초화학물질을 생산하는 ‘자원재순환’,
개발 솔루션을 제시할 전략센터를 구축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온실가스를 줄이고 기업의 친환경 경쟁력을 높이는 것과 직결돼 있다.
육지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대기를 타고 이동한 뒤 해양에 저장되는 순환 과정을 연구해 기후변화를 예측하기 위한
‘해양-육상-대기 탄소순환 시스템 연구’ 예산도 깎였다.
올해 기준 64억원이던 예산이 2024년에는 42억9000만원으로 33% 이상 삭감됐다. 중기재정계획에서는 내년에 60억원대의 예산이 배정될 예정이었다.
탄소순환 연구 사업은 이산화탄소 저감과 해양바이오 분야에 있어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대표적인 기초연구로 꼽힌다.
예산이 대폭 감소해 기초연구에 차질이 생기면 이어질 응용, 활용 연구로 뒤처질 수밖에 없다.
기후 기술 관련 연구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 대학 교수는 “최종 예산안을 받아야 봐야 알겠지만,
만약 이대로 삭감된다면 앞서 세워둔 연구 계획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줄어들 수 있다”며
“과학기술은 미래 성장동력이라 세수가 복구되면 먼저 R&D 예산을 복구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와서 일단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기후위기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한 선임연구원은
“연구 책임자들이 예산에 변동이 있을 거라 해서 인지는 하고 있었다”며 “삭감되면 연구에 영향이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예산 삭감은 기후위기 관련 연구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다른 국가와 정반대 행보다.
미국의 조 바이든 정부는 기후변화대응 연구개발 전담 기관인 ‘ARPA-E’를 설치하고 청정에너지 인프라에 4년 동안 2조 달러(약 2600조원)를 투자할 것이라 밝혔다.
유럽연합(EU)과 일본, 심지어 중국도 기후위기 관련 연구에 투자를 늘린다.
다른 국가들과 달리 한국이 기후위기 대응에서 백스텝을 밟으면서 국제 협력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협력 예산도 삭감됐다.
한국에서 개발한 기후위기 대응 기술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기후기술국제협력촉진 사업’ 예산은 올해 26억원에서
내년 4억6000만원으로 4분의 1 토막이 났다. 이 사업의 기후기술협력촉진 지원 예산은 올해 20억원에서 내년에는 예산이 아예 ‘0′이다.
기후기술국제협력촉진 사업 중 기후기술센터네트워크(CTCN)를 통해 해외 수요에 맞는 기후 기술 협력사업을 지원하는
CTCN기술지원 사업의 예산은 올해 6억원에서 2024년 4억6000만원으로 삭감될 예정이다. 과제 수도 6개에서 4개로 줄었다.
CTCN은 국가 간 기후기술협력을 지원하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산하의 국제기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