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코피만 마셔 개구리 콧구멍만 무는 모기
나는 코피만 마셔 개구리 콧구멍만 무는 모기
외계 행성 추적자 키옵스 우주망원경 100광년 밖 초기 행성계 발견
때 아닌 겨울 모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어떻게 가려운 곳만 골라 무는지 얄밉기만 하다. 그래도 호주 모기에 비하면 양반이다.
개구리 피를 빠는 이 모기는 늘 콧구멍만 노리기 때문이다.
호주 뉴캐슬대 환경생명과학부의 존 굴드(John Gould) 박사 연구진은 지난 21일 국제 학술지 ‘동물행동학(Ethology)’에
“호주에 사는 모기(학명 Mimomyia elegans)는 청개구리의 피를 빨 때 항상 콧구멍을 공격한다”고 밝혔다.
모기가 내려앉은 사진은 어김없이 개구리 콧구멍을 공략하는 장면을 보여줬다.
연구진은 모기의 편식이 개구리 전염병 연구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모기가 개구리를 공격하는 형태를 통해 최근 양서류를 멸종 위기로 몰아넣은 곰팡이병의 전염 과정을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끈적끈적한 개구리 혀 공격 피해 뒤에서 접근
존 굴드 발사는 2020~2022년 호주 남동부의 쿠라강 섬의 한 연못에서 개구리 생태를 연구하다가 우연히 모기가 개구리 콧구멍을 공격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나중에 모기가 청개구리에 앉은 모습을 찍은 사진을 나열해보니 12장 모두 모기가 코에만 앉아 있었다.
미모미아 모기는 개구리 같은 양서류뿐 아니라 포유류와 조류의 피로 빤다.
다른 동물은 몸 곳곳을 공격하지만, 유독 개구리만 코를 공략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굴드 박사는 “모기는 개구리에 대해서는 먹이 전략이 고도로 전문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개구리가 콧구멍을 노리는 것은 그곳 피부가 얇기 때문이다. 혈관 밀도도 높은 곳이다.
이를테면 빨대를 꽂기 쉽고 어디에 꽂아도 피가 넘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개구리는 모기의 천적이기도 하다. 콧구멍 바로 아래에는 모기를 단숨에 붙잡을 끈적끈적한 혀가 있다.
아무리 진수성찬이 있다고 지뢰밭으로 걸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굴드 박사는 모기가 개구리 혀를 피하는 방법도 확인했다. 모기는 우회 전술을 펼쳤다.
먼저 개구리의 등에 앉은 다음, 눈치채지 못하게 머리 쪽으로 걸어가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모기의 이동 과정을 사진으로 찍어 확인했다.
개구리 멸종 내몬 곰팡이병 연구에 도움
이번 연구는 전 세계 개구리를 멸종 위기로 내몬 항아리곰팡이(chytrid fungus)를 연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항아리곰팡이는 개구리의 피부 안쪽 케라틴 조직을 먹어 치워 질식사시킨다.
1980년대부터 개구리들을 숱하게 죽음으로 내몰았지만, 실체는 지난 1993년 호주에서 처음 밝혀졌다.
호주국립대 연구진은 지난 2019년 사이언스지에 “지난 50년 간 이미 멸종한 90종을 비롯해 개구리,
두꺼비, 도롱뇽 501종이 항아리곰팡이병으로 개체 수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2007년 조사 때 나온 추정치보다 두 배나 많은 숫자다.
전 세계 개구리를 공포에 빠뜨린 곰팡이병의 시작은 한국이었다.
지난 2018년 한국과 영국 과학자들이 사이언스지에 항아리곰팡이가 한국에서 처음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50년 전 애완용, 식용으로 개구리의 국제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한국산 항아리곰팡이가 전 세계로 퍼졌다고 추정됐다.
당시 유럽에서는 한국산 무당개구리가 애완용으로 인기가 높았다.
모기는 치명적인 곰팡이병의 매개체였을 가능성이 있다.
굴드 박사 연구진은 지난 2019년 모기가 항아리곰팡이의 매개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밝혀냈다.
실험실에서 그물에 항아리곰팡이 포자 용액을 적시고 모기를 풀었다.
나중에 모기 다리에서 곰팡이 DNA가 검출됐다. 모기가 개구리 피를 빨면서 곰팡이 포자까지 퍼뜨릴 수 있다는 의미다.
굴드 박사는 “모기가 정확히 개구리의 몸 어느 부분에 내려앉는지 알면 곰팡이가 개구리 피부를 통해 감염되는 과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