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펭귄 ; 뉴질랜드 남쪽에 위치한 안티퍼디즈섬과 바운티섬에서 번식하는 멸종위기종 볏왕관펭귄(학명:Eudyptes sclateri)은
‘처음 낳은 알을 버리고 두 번째로 낳은 알을 부화시키는’ 기이한 번식 행동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볏왕관펭귄이 이런 습성을 보이는 원인을 규명한 조사 결과가 처음으로 보고됐다.
뉴질랜드 오타고대학의 로이드 데이비스(Lloyd Davis) 교수 연구팀은 볏왕관펭귄의
야생 관찰자료를 바탕으로 부화 습성을 분석한 논문을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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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스 교수는 1998년 이 섬들을 방문해 볏왕관펭귄의 구애와 번식을 처음으로 관측했다.
하지만 번식지인 안티퍼디즈섬과 바운티섬이 본섬에서 상당히 먼 데다 뉴질랜드
정부에 의해 상륙이 규제되고 있어 이후 연구는 진행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볏왕관펭귄 조사를 진행한 20여년 전 113개의 둥지를 관찰하며 수집한 데이터를 재분석했다.
데이비스 교수는 처음 섬에 도착했을 때를 회상하며 “섬 주위에 큰 절벽이 있고
보트를 정박할 곳도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모든 장비를 가지고 바다로 뛰어들어 높이 약 60m의 절벽을 기어올랐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볏왕관펭귄 콜로니를 관찰한 결과 첫 번째 알을 낳고 나서 평균 약 5일 후에
두 번째 알을 낳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총 70개 이상의 알 크기와 무게를 측정한 결과,
두 번째로 낳은 알은 첫 번째 낳은 알보다 평균 85%의 무게가 더 나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뉴질랜드 펭귄
데이비스 교수는 과학 매체인 라이브 사이언스(Live Science)에 “볏왕관펭귄의 두 번째 알은
첫 번째 알보다 훨씬 크고 그 차이는 조류 중 가장 크다. 상당수 조류가 알을 낳으면서 그 크기가 작아진다.
반면 볏왕관펭귄의 경우 두 번째 알이 첫 번째 알보다 평균 85%나 크다”고 설명했다.
볏왕관펭귄이 두 개의 알을 낳는 이유로는 ‘수컷 펭귄이 다투어 알이 깨졌을 때를 대비한 보험’이라는 가설도 있었지만,
슈뢰터펜긴의 45%는 첫 알을 낳은 직후에만 보는 정도였고 이후엔 전혀 신경 쓰지 않았으며
수컷 싸움으로 알이 깨지는 일은 드물었다. 뿐만 아니라 첫 번째 알 중 80%는 두 번째 알이
태어나기 전이나 직후에 돌밭에 굴려 둥지에서 밀어내거나 고의로 깨뜨리는 등 보험 용도로 남기는 일도 없었다.
연구팀이 돌로 울타리를 만들어 알을 보호하기도 했지만 볏왕관펭귄이 첫 번째 알을 부화시키는 비율은 늘지 않았다.
데이비스 교수는 “그들은 여전히 첫 번째 알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볏왕관펭귄의 이상한 습성에 대해 조상으로부터 두 개의 알을 낳는 생존 전략을 계승했지만,
두 마리 모두 키우기 위한 먹이를 구하기 힘들어 더 큰 두 번째 알만 부화시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첫 알은 번식지 이동 과정에서 형성돼 번식지 도착 후 안정적 상황에서 형성된 두 번째 알보다 영양상태가 좋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데이비스 교수는 “볏왕관펭귄은 진화적인 이유로 두 개의 알을 낳을 수밖에 없을 가능성이 있다.
멸종위기에 처한 상황인 만큼 추가 연구와 보호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