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세가 엘비스보다 덜 복잡 유행가 멜로디 점점 단순해져
비욘세가 엘비스보다 덜 복잡 유행가 멜로디 점점 단순해져
“옛날 노래가 더 좋았다”는 중장년층의 최신 유행가 감상평이 일리 있는 것일까?
최근 유행하는 노래가 과거 유행가와 달라진 것 만은 확실하다.
영국 퀸메리 대학교 연구진은 1950년부터 2023년까지의 빌보드차트 히트곡을 분석한 결과 유행가의 멜로디가 점점 단순해진 것을 확인했다고 4일(현지 시각)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 최신호에 게재됐다.
틱톡, 유투브 쇼츠 등 짧은 영상 플랫폼이 인기를 얻으면서 노래의 길이도 점점 짧아질 것이라는 예측은 이미 수 년 전부터 나왔다.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은 사람들의 집중력 저하로 노래의 길이가 짧아진 동시에 후렴구가 앞에 나오는 형태의 곡이 많아졌다고 2020년 보도하기도 했다.
스포티파이 등 음악 플랫폼이 청취자가 음악을 30초 이상 재생하지 않으면 저작권자에게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자 ‘노래를 튼 지 30초 안에 승부를 보는’ 곡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4일 나온 연구 결과는 전체 노래 길이가 짧아졌을 뿐 아니라 멜로디도 단순해졌다는 사실을 밝혔다.
퀸메리대학 연구진은 수학적 알고리즘과 컴퓨터 분석을 활용해 지난 70여년간의 유행가 멜로디 변화의 주요 특징을 분석했다.
연구를 이끈 메들린 헤밀턴 박사는
오픈소스 커뮤니티인 깃허브에 공개되어있는 빌보드 차트 컴퓨터 음악(MIDI·미디)
데이터로부터 얻은 1950년부터 2023년까지의 빌보드 차트 상위 1~5위 곡의 데이터 1131건을 활용했다.
여기에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하트브레이크 호텔’, 비틀즈의 ‘헤이 주드’, 마돈나의 ‘보그’, 비욘세의 ‘싱글레이디스’ 등이 포함됐다.
또 연구팀은 유행가의 악보를 직접 만들어 멜로디를 구성하는 리듬과 박자, 악기 구성 등을 비교 분석했다.
연구 결과 특히 유행가 멜로디의 복잡성은 1975년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 시기 디스코와 큰 공연장에서 연주하기 좋은 록 음악이 인기를 얻은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또 한 번의 변화는 1996년 일어났는데, 힙합과 일랙트로닉 음악의 인기, MTV의 등장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됐다.
가장 최근 심각하게 멜로디의 단순화가 일어난 것은 2000년대로, 연구진은 “SNS의 등장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멜로디가 단순해졌다고 해서 노래 자체가 ‘지나치게 단순화(dumbing down)’ 된 것은 아니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컴퓨터 음악의 등장으로 빠른 박자 쪼개기, 샘플링 등 다양한 시도가 가능해져 초당 연주되는 음의 수는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헤밀턴 박사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초당 더 많은 음표가 표현되는 멜로디를 담은 음악은 오히려 멜로디의 복잡성을 방해하는 경향이 있다”며
“반면 천천히 진행되는 노래라면 예상치 못했던 음을 추가하거나 더 큰 변화를 시도하는 등의 전개를 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