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한 곳이 더 더운 이유 찾았다 원인은 땀방울
습한 곳이 더 더운 이유 찾았다 원인은 땀방울
봄이 가고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서울 낮 최고 기온이 섭씨 30도까지 오르면서 초여름 날씨를 보였다.
여름은 덥고 습한 날씨로 땀과의 전쟁을 치르는 계절이다.
사람 몸은 단순히 온도 외에도 습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같은 온도라도 습도가 높으면 체감온도도 덩달아 올라간다. 사람의 왜 습도가 높으면 더 더워할까.
원병묵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22일 땀의 성분과 증발 과정이 사람의 체온 유지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땀의 증발 과정과 체온 유지 메커니즘을 밝혀낸 건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체감온도는 미국 기상청(NWS)에서 개발한 ‘열지수(Heat Index)’로 결정된다.
열지수는 기온과 습도에 따라 사람이 실제로 느끼는 더위를 지수화한 것이다.
만약 기온이 섭씨 32도이고, 습도가 70%이면 열지수와 체감온도는 섭씨 41도인데, 기온이 같더라도 습도가 높아지면 열지수와 체감온도는 더 올라간다.
열지수는 일사병이나 열경련 같은 일상적인 열 스트레스나 기후변화에 따른 전망 등 일기 예보와 기상 연구에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다만 열지수에 대해선 ‘습하고 무더운 날 체온 유지가 어렵다’ 정도만 알 뿐, 정확한 물리적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기온과 습도에 따라 체감온도가 달라지는 원인을 땀에서 찾았다.
사람 몸은 땀을 방출하고 땀방울이 증발할 때 열을 내보내 체온을 유지한다.
액체인 땀이 기화하면서 주변 열을 흡수해 체온을 떨어트리는 원리다.
더운 환경에 있거나 운동할 때 땀을 흘리는 현상은 생명에 중요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땀방울은 순수한 물과 달리 1% 정도의 염분이 들어있다.
연구팀은 땀방울이 물과 성분이 다르다는 사실을 고려해 땀방울의 증발 현상을 정밀 분석했다.
분석 결과, 땀방울은 물과 달리 무덥고 습한 조건에서 완전히 증발하지 않고 수분이 일부 남는 ‘불완전 증발’을 했다.
건조한 환경에서는 땀방울의 수분이 완전히 날아가 침전물만 남았지만, 습한 환경에서는 땀 침전물과 수분이 같이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섭씨 27도에 습도가 25%일 때 35%, 55%, 75%일 때로 구분해 적외선 카메라로 땀방울 증발에 의한 열 손실을 관측했다.
실험에서 습도 25%와 75%는 체온 유지 효과가 3배 정도 차이를 보였다.
땀방울은 습도 75%에서 체온을 2도 수준에서 90분 이상 냉각하는 효과를 보였다.
반면 습도 25% 환경에서는 체온을 7도 이상 낮추고 냉각 시간도 60분 이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땀방울의 불완전 증발로 남은 땀 침전물과 수분이 주위 공기에서 수분을 계속 흡수한다고 설명했다.
높은 온도는 수분을 증발시키는 조건이지만, 높은 습도로 수분을 더 많이 흡수하면서 사람 몸의 열 방출 효과를 떨어트린다.
열 방출 효과가 더뎌지면 체온 냉각 기능이 떨어지고 체감온도가 높아진다.
이 연구는 기후위기 속 보건정책과 스포츠 과학, 기능성 소재 개발, 일기 예보까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국내 대표적인 화장품 기업 아모레퍼시픽(141,200원 500 -0.35%)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팀은 “땀방울의 불완전 증발을 측정해 습한 환경에서 땀방울의 불완전 증발이 높은 열지수의 물리적 근원이라는 사실을 최초로 입증했다”며
“땀방울의 체온 유지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는 습하고 더운 날씨가 자주 등장하는 최근 기후위기에도 중요하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