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절터 충주 미륵대원지
아주 오래된 절터 충주 미륵대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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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옛길이다. 하늘재가 열리면서 수많은 사람과 문물이 넘나들었고
길 위에는 사찰 터와 원터 등 오래된 역사의 흔적이 숱하게 남았다. 하늘재 입구의 충주 미륵대원지라 불리는 사찰 터도 그 중 하나다.
충주 미륵대원지는 드라마 <무신>의 첫 회에 등장한 배경지다.
<무신>은 고려시대 무신정권을 종식시키는 김준이라는 인물을 통해 급변하는 고려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드라마다.
충주 미륵대원지는 노비 신분에서 고려의 최고권력자에 오른 김준의 파란만장한 인생의 시작점이다.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은 고려 왕건에게 신라의 모든 것을 넘겨주었다.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몸서리치며 반대했지만
결국 모든 것을 체념하고 금강산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 마의태자가 망국의 설움을 달래며 넘었던 길이 하늘재이고
신라를 등지고 북녘 땅을 바라보는 미륵불을 세운 곳이 바로 충주 미륵대원지다.
충주 미륵대원지는 신라 말에서 고려 초기에 창건되었고, 대몽항쟁기 때 충주산성 등 충주 인근에서 몽고군과 격렬한 전투가 벌어진 점으로 미루어 이때 불탄 것으로 여겨진다.
우연이었을까? 드라마 <무신>의 배경은 고려시대 무인정권시대부터 대몽항쟁이 펼쳐지는 시기와 일치한다.
더구나 드라마 <무신>의 첫 회 촬영지가 바로 충주 미륵대원지다. <무신>의 주인공 김준은 노비 출신으로서
최충헌-최우-최항-최의에 이르는 60년간의 최씨 무신정권을 무너뜨리고 최고의 지위인 문하시중에 올랐다.
그야말로 드라마틱하고 영화 같은 삶을 살다간 인물이다.
고려시대 거란군과의 전쟁에 무리하게 동원된 승려들이 난을 일으키자, 무신정권은 승려들의 대대적인 숙청으로 화답했다.
갓난아이 때 축령사에 맡겨진 김준은 무상이라는 법명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축령사로 설정된 충주 미륵대원지는 승려들에 대한 탄압이 자행되는 공간으로 등장한다.
무신정권의 친위군이 승려들과 백성들을 잔인하게 공격하는 가운데 김준도 결국 붙잡혀 개경으로 압송된다.
충주 미륵대원지는 단 한 번 촬영이지만 스님들이 봉술과 수박 등 무술을 연마하는 장면
김준과 월아의 애틋한 감정이 살아나는 장면 등이 촬영되었고, 우뚝 솟은 석조여래입상 등 절터의 독특한 전경이 뚜렷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드라마 <무신>은 고려의 무신정권을 배경으로 30년에 걸친 대몽항쟁뿐 아니라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팔만대장경에 대한 이야기도 다룬다고 하니 격변하는 고려의 역사를 살짝 음미해볼 만하다.
충주 미륵대원지에 이르면 가장 먼저 쓰러져 있는 당간지주와 거대한 귀부가 눈에 들어온다.
멀리 우뚝 솟은 석가여래입상과 함께 팔각석등, 오층석탑이 일렬로 나란히 서 있다.
오층석탑 옆에는 사각의 독특한 석등이 하나 남아 있다.
충주 미륵대원지는 오래전 고개를 넘나들던 민초들이 간절한 염원을 빌던 곳이었고, 고개를 넘기 전 지친 발길을 쉬어가던 휴식처였지만
전란으로 폐허가 되고 문경새재 길이 열리면서 사람들에게 서서히 잊혀갔다.
그리고 800여 년이란 긴 세월 동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세상의 빛을 다시 보게 된 것은 한국전쟁 이후 현 미륵세계사가 들어서고 1977년 발굴 조사를 시작하면서부터다.
특히 발굴 조사를 통해 <미륵당>, <미륵당초>가 새겨진 기와편이 출토되었는데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미륵대원으로 여겨진다고 한다. 충주 미륵대원지는 사적 제317호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