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선택한 K우주 스타트업
엔비디아가 선택한 K우주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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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반도체의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가 파트너로 선택한 우주 스타트업이 한국에 있다. 2019년 문을 연 텔레픽스가 그 주인공이다.
텔레픽스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 해양위성센터장을 지낸 조성익 대표를 비롯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 등 정부출연연구기관과 삼성SDS, 쎄트렉아이 등 민간 기업 출신의 연구자들이 힘을 모아 만든 회사다.
텔레픽스는 중소벤처기업부를 통해 처음 엔비디아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텔레픽스는 엔비디아의 GPU 칩을 탑재한 인공위성용 고성능 AI 프로세서인 테트라플렉스(TetraPLEX) 프로젝트를 엔비디아에 제안했다.
이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게 되면서 텔레픽스는 엔비디아의 글로벌 스타트업 협력 프로그램인 ‘엔비디아 인셉션’에 참여하게 됐다.
인셉션은 엔비디아가 AI 스타트업 생태계 확장을 위해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엔비디아의 전문가와 역량을 동원해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다.
조 대표는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우주에서 쓰려고 만든 칩이 아닌데 우리가 우주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고 제안하니까 유니크하다고 받아들였다”며 “기술적인 허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텔레픽스가 만든 테트라플렉스는 우주에서 AI 프로세싱과 엣지 컴퓨팅을 가능하게 해주는 온보드 프로세서다.
많은 사람이 인공위성에 탑재하는 프로세서의 성능을 과대평가한다.
하지만 우주라는 극한 환경에서 고장이 나지 않고 오래 버텨야 하기 때문에 인공위성에 탑재되는 프로세서는 성능을 낮추고 보수적으로 설계하는 게 일반적이다.
오래 전 지구를 떠나 심우주를 탐험하는 보이저호의 프로세서는 카시오의 디지털 시계보다 성능이 나쁘다.
보이저호 이후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프로세서의 성능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다.
텔레픽스가 만든 테트라플렉스는 엔비디아의 GPU를 우주로 보내서 실제로 작동하는 지 확인하는 첫 번째 시도다.
테트라플렉스도 엔비디아의 GPU를 탑재했지만 여전히 지구의 슈퍼컴퓨터에 비하면 성능이 떨어진다.
우주로 발사될 때 극한의 진동과 충격을 견뎌야 하고, 진공 상태인 우주에서 작동할 때는 팬으로 열을 빼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성능을 낮추는 게 불가피하다.
테트라플렉스 프로젝트를 이끈 원동식 텔레픽스 이사는 테트라플렉스의 연산 능력이 닌텐도의 3D 게임기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우주에 ‘닌텐도 3D 게임기’가 올라간다면 지구와 인공위성의 통신이 기존보다 10배는 빨라질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원 이사는 “과거처럼 1년에 위성 한 대를 쏘는 시대가 아니라 위성 1만대, 2만대가 동시에 지구 궤도를 도는 시대가 됐다”며
“위성과 지상 간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식도 변화가 필요한데 지금의 프로세서로는 너무 느리기 때문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다.
이번 실증이 성공한다면 10배 정도 위성 통신이 빨라질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텔레픽스의 기대주인 테트라플렉스는 오는 6월 스페이스X의 팰컨9에 실려서 우주로 향할 예정이다.
엔비디아라는 세계적인 기업이 텔레픽스를 파트너로 택한 건 단순히 새로운 발상 때문만은 아니다.
텔레픽스는 우주 분야의 스타트업으로는 드물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서비스하는 기업이다.
보통의 스타트업은 인공위성 탑재체를 만들거나 위성이 촬영한 이미지를 분석하는 솔루션을 제공하거나 한 가지 분야만 한다.
하지만 텔레픽스는 자체 개발한 인공위성 ‘블루본’을 올해 10월 우주로 발사할 예정이고, 위성에서 얻은 데이터를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위성정보 기반 해양 블루카본 모니터링 시스템은 올해 열린 CES 2024에서 혁신상을 받았고, 원자재 공급망 모니터링 시스템은 싱가포르의 금융거래 정보 제공업체에 수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