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 벗어난 ‘뮤온’의 일탈, ‘표준모형’은 여전히 건재했다
이론 벗어난 ‘뮤온’의 일탈, ‘표준모형’은 여전히 건재했다
물질을 이루는 기본 입자 중 하나인 뮤온의 자기를 정밀 측정한 결과가 발표됐다.
당초 과학계에선 이번 측정 결과가 나오면 물리법칙의 틀을 잡아 주는 표준모형을 수정해야 할지 모른다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관측 결과가 나온 뒤에도 물리학계는 신중한 모습이다.
표준모형에서 설명하는 뮤온의 자기 수치 자체가 수정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표준모형을 바꿀 필요가 없다는 진단도 나오기 때문이다.
미국 페르미 국립가속기연구소 연구진은 10일(현지 시각) 온라인 세미나에서
뮤온의 자기 측정 정확도를 기존보다 2배 이상 높인 결과 뮤온의 자기 수치가 표준 모형에서 예측한 수치와 다르다는 증거를 찾았다고 밝혔다.
아이다 엘 카드라 미국 어바나샴페인 일리노이대 교수는 “이번 실험 결과는 환상적”이라면서도
“표준모델 예측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당장 이론을 수정하기는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표준모형에 따르면 이 세상의 모든 물질은 17개의 기본 입자로 이뤄져 있다.
기본입자 중 하나인 뮤온은 전자와 같은 전하를 띠면서 질량은 207배 크다.
뮤온은 전하로 만들어진 자기의 영향을 받아 마치 팽이처럼 흔들리는 진동을 한다.
뮤온은 인근의 다른 입자와 상호작용해 진동의 세기도 달라질 수 있다.
페르미 국립가속기연구소 연구진은 뮤온의 실제 진동을 측정해 이론값보다 더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앞서 뮤온의 진동이 이론보다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으나 이론을 수정해야 할 만큼의 차이는 아니었다.
이번 연구는 새로운 발견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수준의 정밀도로 이뤄져 이전의 발견보다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앞서 실험의 정확도는 0.4ppb로 시그마 4.2 수준이다.
시그마는 반복 실험에서 얻은 데이터 값이 얼마나 다른지 나타내는 지표로 새로운 발견으로 인정받으려면 이보다 정확한 시그마 5 수준을 달성해야 한다.
이번에 새로 발표된 실험의 정확도 0.2ppb로 시그마 5 이상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준모형을 수정하기 위한 검토에 착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물리학계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뮤온의 자기 수치를 측정하는 동안 새로
등장한 기법으로 표준모형 이론치를 계산한 결과, 이론적으로 뮤온의 강한 자기 수치를 설명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독일 워털루대 연구진은 2021년 ‘격자양자색역학(LQCD)’로 불리는 새로운 계산 기법을 도입해 뮤온 자기의 크기를 계산했다.
그 결과 또 다른 기본입자인 ‘쿼크’의 영향으로 뮤온의 자기가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티븐 고틀립 미국 인디애나대 교수는
“새로운 계산 방식으로 뮤온의 자기 수치가 바뀌고 있다”며 “기존 이론값을 수정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페르미 국립가속기연구소 연구진은 조만간 뮤온의 자기와 새로운 입자에 대해 정확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25년 측정 정확도를 2배 높인 관측 결과가 다시 발표될 예정이다.
이때까지 이론 연구가 이뤄지면 더 정확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물리학계가 뮤온의 자기 수치에 관심을 가지는 건 새로운 입자를 찾아낼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표준모형의 예측이 틀렸다면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입자가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뮤온의 자기 수치 자체가 바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새로운 입자에 대한 기대감은 한 풀 식은 상황이다.
지노 이시도리 스위스 취리히대 교수는 “이론과 실험에서 얻은 결과가 달라졌지만 여전히 새로운 입자의 존재를 확신하기는 어렵다”며
“새로운 입자의 존재에 회의적이었던 이들을 설득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번 실험에 참여한 피터 윈터 아르곤 국립연구소 연구원은 “뮤온의 자기에 대한 이론적 수치가 이때까지 결정되길 바란다”며
“우리는 이론과 실험의 차이라는 대결에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