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강국 미국은 왜 중국을 견제할까 中 바이오굴기 성과
제약 강국 미국은 왜 중국을 견제할까 中 바이오굴기 성과
미국이 중국 제약·바이오 기업을 견제하려고 추진한 바이오보안법(BioSecureAct)이 의회에서 제동이 걸렸으나
여전히 법안이 연내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바이오보안법은 미국 정부 지원금을 받는 기업이 적대적 외국 바이오 기업의 장비와 서비스를 구매하지 못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이 법안은 지난 4월 상하원 상임위를 통과하면서 급물살을 탔으나
지난 12일 미 하원의 국가수권법(NDAA) 수정안에서 빠지면서 제동이 걸렸다.
이 소식에 바이오보안법의 대상이 된 중국 기업들의 주가가 반등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중국 우시그룹의 적극적인 로비 활동의 결과물이라는 해석도 내놨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이 반색하기는 이르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바이오보안법 제정을 취소하거나 폐기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김정현 교보증권 제약바이오 수석 연구원은 13일 ‘미국 생물보안법 동향 보고서’에서
“미국은 중국의 바이오 굴기(崛起, 우뚝 서다)를 큰 위협으로 인식 중”이라며
“미국의 바이오보안법 통과가 소폭 지연된 것이고, 통과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고 본다”는 의견을 밝혔다
중국 바이오 신약, 해외 수출 잇따라
최근 중국 바이오기업의 성과를 보면 세계 최대 제약 강국 미국이 중국 기업을 견제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중국 유전체 분석 전문기업인 BGI는 2012년 미국 컴플리트 지노믹스(CGI)를 인수하며 미국 시장에 진출해
일루미나, 써모피셔 등 미국 기업이 사실상 과점해 온 유전체 분석 장비 시장 지형에 균열을 일으켰다.
글로벌 항암제 시장 구도를 흔들 만한 성과도 잇따랐다.
국내 의대의 한 연구자는 “과거엔 의학계가 중국에서 R&D로
나온 의약품과 연구논문 성과를 어떻게 믿느냐며 의심했는데, 이제는 다르다”며
“세계 주요 학회에서 중국 기업들의 연구 결과가 주목을 받으며 기술이전이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술과 ‘키메라 항원 수용체 T(CAR-T·카티)’ 세포치료제 연구·개발(R&D) 성과가 대표적이다.
ADC는 면역 단백질인 항체(미사일)에 항암제(폭탄)를 연결해 암세포만 타격하는 유도미사일이라고 할 수 있다.
카티는 암 환자의 T세포를 꺼내 몸 밖에서 유전자를 바꿔 특정 암세포를 인식하고 죽이는 능력을 극대화한 것이다.
업계는 미국 머크(MSD)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에 중국의 켈룬바이오텍이 개발한 ADC ‘MK2870′을 묶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임상 3상 시험에 진입한 것에 주목했다. MK2870은 비소세포폐암의 90% 이상에서 발현되는
단백질인 TROP2를 목표로 하는 ADC이다. 지난 2022년 12월 MSD는 켈룬의 ADC를 도입하는 데 계약금
1억 7500만달러(2423억원)와 개발 단계별로 받는 기술료를 포함해 총 94억 7500만달러(13조 1217억원) 규모 계약을 맺었다.
항암제 강자로 꼽히는 스위스계 글로벌 제약사인 로슈도 올해 1월 중국 메디링크 테라퓨틱스의 ADC를 사들였다.
거래 규모는 10억달러(1조 3783억원)였다. 메디링크는 중국 켈룬의 전 대표와 전 부사장이 2020년 설립한 ADC 전문 기업이다.
미국 서밋테라퓨틱스의 이중항체 항암제인 이보네시맙도 중국 바이오텍 아케소가 임상 3상 시험 중일 때 사들였다.
계약금 5억달러(6928억원)를 포함해 최대 50억달러(6조9244억원) 규모 계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