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안에 다른 행성 있다
지구 안에 다른 행성 있다
지구와 충돌해 달을 만든 원시 행성이 아직도 지구 깊숙이 숨어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충돌 후 원시 행성 일부가 지구 맨틀 속으로 가라앉았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지구와 달의 형성 이론에 대한 새로운 증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의 첸 위안(Qian Yuan) 박사 연구진은 2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컴퓨터 시뮬레이션(가상실험)을 통해 2900㎞ 깊이의
맨틀에 원시 지구와 충돌한 행성의 잔해로 보이는 지역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45억년 전 달 만든 행성들의 충돌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45억 년 전 화성만 한 크기의 원시 행성인 테이아(Theia)가 신생 지구에 충돌하면서 달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충돌로 발생한 파편들이 모여 달이 됐다는 것이다.
당시 지구는 갓 태어난 아기 행성으로 오늘날 지구 크기의 약 85%에 불과했다.
하지만 테이아의 존재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지구 맨틀(mantle)에 있는 이른바 ‘대형 저전단파속도 지역(Large low-shear-velocity provinces, LLSVP)’에 주목했다.
LLSVP는 서아프리카와 태평양 아래 지구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암석층을 말한다.
두 지역을 합하면 맨틀의 약 4%를 차지한다.
두께는 최대 1000㎞에 달하며 크기는 대륙에 맞먹을 정도로 넓다.
지진학자들이 이곳에서 S파 속도가 다른 곳보다 느려지는 것을 관측했다.
전단파는 지진파 중 S파를 말한다.
지진파는 P파와 S파로 나눌 수 있는데 P파는 액체와 고체를 통과하는 종파이며, S파는 고체만 통과할 수 있는 횡파이다.
과학자들은 지진파를 분석해 지구 내부 구조를 확인했다.
이를 지구는 암석질인 지각과 맨틀, 금속질 유체인 외핵, 금속질 고체인 내핵이라는 구조로 나뉜다.
맨틀은 지각과 외핵 사이에 있는 암석층이다.
첸 박사 연구진은 약 2900㎞ 깊이 LLSVP에서 S파가 비정상적으로 느린 관측 결과를 컴퓨터 시뮬레이션(모의실험)으로 설명했다.
연구진은 두 지역의 물질은 주변 맨틀보다 밀도가 2.0~3.5% 높다고 추정했다.
일반적으로 지진파는 밀도가 높으면 빨라진다.
하지만 홍태경 연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실제로는 지진파 속도는 속도와 밀도는 반비례 관계”라고 말했다.
밀도가 커지면 속도와 비례 관계에 있는 다른 항목이 더욱 커지기에 결과적으로 속도가 빨라진다고 하지만,
같은 물성의 물체에 밀도만 커지면 오히려 속도는 감소할 수 있다고 홍 교수는 설명했다.
연구진은 맨틀 내부의 고밀도 물질이 달을 형성한 거대 충돌 이후 원시 지구 내부에 보존된 테이아 맨틀 물질의 흔적이라고 밝혔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원시 지구와 테이아가 충돌하면서 두 행성의 상당 부분이 녹아내렸다.
첸 박사 연구진은 이때 테이아의 10%가 지구 맨틀로 침투해 점차 중심부로 가라앉았다고 추정했다.
테이아의 맨틀은 지구 핵 위에 고밀도 덩어리를 형성해 지금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첸 박사는 “밀도가 더 높으므로 45억 년 동안 지구의 핵-맨틀 경계 위에 남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다른 연구에서도 맨틀 내부의 LLVP가 거대 충돌의 증거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지난달 미국 사우스웨스트연구소와 예일대 연구진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맨틀 순환을 분석한 결과,
행성 충돌로 지구로 온 귀금속이 지금까지 LLVP에 남았을 수 있다”고 밝혔다.
테이아에서 온 금과 백금같은 귀금속이 지구 맨틀에 있다는 말이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알렉스 할리데이(Alex Halliday) 교수는 대담한 사고와 흥미로운 결론을 담은 훌륭한 논문이라면서도 지구와
달의 맨틀 심부의 이질성과 동질성에 대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원시 지구와 테이아 충돌이 달을 만들었다면 달의 암석과 지구 맨틀 속 테이아의 흔적을 비교하면 같은 곳에서 나왔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이를 위해 달 깊은 곳에서 암석 시료를 채취해야 한다.
과학자들은 반세기 만에 재개된 달 유인(有人) 탐사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기대를 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