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에서 온 과학자 K-뷰티의 두뇌가 되다
포르투갈에서 온 과학자 K-뷰티의 두뇌가 되다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글로벌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 화장품 시장 규모는 3575억달러(약 482조3000억원)였다.
여기에 매년 6%가량 성장해 2027년에는 5083억달러(약 686조7133억원)까지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이 커지는 만큼 기술 경쟁도 치열하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최고 수준의 화장품 산업을 갖추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같은 대기업은 물론 화장품 생산 전문기업인 코스맥스, 콜마도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고 있다.
과학계에서도 한국 화장품의 기술력은 최고 수준으로 평가 받는다.
올해로 한국생활 4년차를 맞은 마르타 곤살베스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첨단소재 기술연구소 박사후연구원이 포르투갈을 떠나
한국을 찾은 것도 한국 화장품 산업, ‘K-뷰티’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포르투갈 포르투대에서 분자생물학·기초화학을 전공한 그는 리스본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다음 행선지로 한국을 택했다.
식물이 만드는 항생물질을 연구하던 중 화장품 기술에 관심을 갖게 됐고, 화장품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나라를 찾던 중 한국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곤살베스 연구원은 “프랑스, 일본처럼 화장품 산업이 발전한 다른 나라도 있었지만
한국의 문화와 기술력에 깊은 관심이 생겼다”며 “연구 지원이 풍부하고 자율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것이 한국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2019년 한국에 들어온 그는 올해 박사 학위를 받은 후에도 여전히 한국에 남아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다음 목표는 한국 화장품 기업에 취업해 연구실에서 개발한 기술로 전 세계 화장품 시장을 누비는 것이다.
지난 9월 25일 수원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 하는 연구를 소개해 달라.
“화장품의 성능 시험에 사용할 수 있는 인공피부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화장품 연구에서 동물 실험을 금지하는 규제가 자리잡았다.
인공피부는 사람의 피부를 모사해 동물을 사용하지 않고도 화장품이 효과를 낼 수 있는지,
화장품이 얼마나 잘 발리는지 연구하는 대체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비슷한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기존 연구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기존 연구와 가장 큰 차이는 세포 없이 온전히 고분자 소재로만 이뤄진 인공피부라는 점이다.
세포를 3차원(3D)으로 배양해 만든 인공피부는 좋은 모델이지만 가격이 비싸고 시험 결과는 부정확한 면이 많다.
반면 고분자만을 사용한 인공피부는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
피부의 주름이나 탄력 같은 물리적 성질을 표현할 수도 있다. 주름이나 모공을 가리는 화장품의 성능 시험에서 유용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그래도 결국 사람 세포를 사용한 인공 피부를 개발할 필요도 있다.
“지금 연구의 최종 목표도 고분자와 세포를 모두 사용한 하이브리드 인공피부를 개발하는 것이다.
피부의 물리·생물학적인 특성을 모두 모사해 동물 실험을 화장품 산업에서 완전히 퇴출하는 기술이 될 거라고 기대한다.”
대표적인 연구 성과를 소개해 달라.
“2022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다공성 고분자 직물에서 물방울이 어떻게 흡수되고 증발하는지 설명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런 특성은 기능성 의류에서 중요하다. 몸에서 난 땀은 쉽게 흡수하고 배출해야 하는 반면 외부의 수분은 흡수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런 특징은 사람의 피부도 마찬가지다. 체온 조절을 위해 땀을 내보내야 하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은 막아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 연구했나.
“핵심은 물방울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직물에 흡수되고 증발하는지 눈으로 관찰하고 증발 특성을 계산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연구를 위해 포항가속기연구소의 X선 분광기를 이용해 실제 물방울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이미지로 확인했다.
직물 표면에 있는 구멍에 물방울이 흡수됐고 동시에 증발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당시 연구를 통해 X선 분광기가 수분의 증발을 연구할 수 있는 도구라는 것을 증명했고
이를 화장품과 인공피부 연구에도 적용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