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따라 달라지는 개 유전자, 국내서 게놈 지도 첫 완성
환경 따라 달라지는 개 유전자, 국내서 게놈 지도 첫 완성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개의 후성유전체 표준 지도를 작성했다.
개는 인간과 가장 친근한 동물이자 다양한 생활 환경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개의 후성유전체 지도는 인간을 위한 의생명과학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조제열 서울대 수의대 교수 연구팀은 6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개의 11개 조직에 대해 후성유전체 표준 지도를 작성하는데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후성유전체는 성장하면서 DNA의 구조적 변화로 유전자 기능이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서 태어날 때 가진 유전체가 요리책이라면 후성유전체는 요리사인 셈이다.
모든 세포가 같은 요리책을 갖고 있더라도 어떤 요리사가 조절을 하는지에 따라 피부나 신경, 면역 같은 기능이 달라질 수 있다.
연구팀은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인 개의 특성을 이해하고 인간을 위한 의생명과학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개의 후성유전체 연구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개는 수만 년에 걸쳐 인간과 환경, 음식, 생활 패턴, 감염 요소를 공유하며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다.
개는 인간과 같이 살고 있지만 차이점이 있다. 인간보다 생체 시계가 빠르고, 수명이 짧기 때문에 환경적 위험요소에 노출될 경우 인간보다 빠르게 반응한다.
이 때문에 개는 인간에게도 위험이 될 수 있는 요인을 먼저 알아차리는 보초자 역할도 한다.
연구팀은 개의 주요 조직에 대해 다양한 후성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대뇌, 소뇌, 유선, 폐, 간, 위장, 비장, 췌장, 신장, 결장, 난소였다.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개의 후성유전체에 대한 종합적인 표준 지도까지 작성했다.
그 결과 환경 요인에 의해 유전자가 어떻게 활성화되는지, 유전자 세포와 조직의 특이성은 어떤지 파악할 수 있었다.
후성유전체는 쥐보다 개가 인간에 더 가깝다는 사실도 이번에 처음 밝혀졌다.
오랫동안 실험동물로 애용된 쥐보다 개가 환경변화에 따른 인간의 유전자 변화를 더 잘 보여줄 수 있다는 말이다.
조제열 교수는 “작성된 후성유전체 지도는 다양한 개의 품종 유전체 연구, 암과 질병 연구, 그리고 종간 비교를 통한 비교의학 연구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다”며
“건강과 질병 유전체의 깊은 해석 및 이해를 통한 동물과 인간의 생명 과학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게 됐다”고 연구 결과를 설명했다.
개의 후성유전체 지도 작성을 위한 에픽 도그(EpiC Dog) 프로젝트를 이끈 조제열 교수 연구팀.
마크 보리스 서울대 수의학과 박사과정, 조제열 교수, 남아름 서울대 수의학과 박사과정, 손근홍 서울대 수의학과 박사과정./서울대 수의과대학 조제열 교수 연구팀
개의 후성유전체 프로젝트의 상징(왼쪽 위). 이번 프로젝트는 개의 조직 11개에 대해 DNA 후성유전체 지도를 작성했다.
이를 이용해, 다양한 개의 품종 유전체 연구, 암과 질병 연구, 그리고 종간 비교의학 연구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